가짜 백수오 파동이 소비자들의 소송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수오 재검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포털사이트에는 여러 개의 백수오 피해자 소송 준비 카페가 개설됐다. 한 법무법인에서도 ‘백수오 피해 집단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둔 상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건에서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할 수 없다. 한국은 증권분야에서만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가조작, 허위공시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 중 한명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같은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도 피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백수오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가짜 백수오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다면 이는 단체소송이다. 소비자 여러 명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하면 소를 제기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발생한다.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싸이월드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건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소비자 423명은 지난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 소송에서 만약 소비자들이 승소한다면 소를 제기한 423명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집단소송이었다면 SK커뮤니케이션즈는 3500만명에게 각각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기업의 부담금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집단소송에 휘말려 수천억원을 보상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지난 2013년 현대기아차는 북미 판매 차종의 연비를 과장해서 표기했다가 집단소송을 당해 3억9500만달러(약 4270억원)의 보상금을 주고 합의했다.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 항공료를 담합한 혐의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에 담합기간으로 추정되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에서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입한 피해자들에게 총 6500만달러(약 702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한 바 있다.

한국에는 지난 2005년 집단소송제가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8건에 불과하다. 증권 분야에 한정된 데다 피해자가 50명 이상이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집단소송 범위를 증권이 아닌 전 분야로 확대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