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特區, ‘값싼 노동력’의 뒷면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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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경제特區, ‘값싼 노동력’의 뒷면도 봐야 안정성 변수에 최저임금 논란 소지…철저한 준비 전제돼야

기사입력2015-05-0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가 각각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 초에는 연천군이 통일경제특구 관련 내용을 포함한 10년 미래발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도가 관련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6일 개최한 ‘통일경제특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경기연구원 최용환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도뿐 아니라 강원도 지자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별 통일경제특구 추진 현황

<자료=‘통일경제특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지난해 계획 발표 당시, 파주시는 개성공단 연관 부품소재산업 기업을 유치해 개성공단의 협력단지를 조성하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양시는 장항·대화·송포의 이른바 JDS지구 발전 구상에서 남북평화교류 전진도시를 표방한 바 있다.

이밖에 인천시는 환황해권 발전구상의 일환으로 개성과 연계한 남북경협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남북경제공동체 조성모델을 구축하고, 서해안 중심으로 남북경협의 축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강화군은 강화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해 개성과 해주 등 북한 지역과 강화도의 연계발전안을 마련했다.

김포시는 남북을 연결하는 육상교통망을 확충하고, 이와 연계한 남북교류협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천군 역시 2013년에 발표한 연천군 발전방안에서 3만평 규모의 시범단지 운영을 시작으로 43만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러한 통일경제특구가 현재 개성공단 규모인 100만평 규로로 조성될 경우, 직접적인 경제효과와 간접적인 파급효과를 합친 생산유발효과는 전국적으로 9조195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 자체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 따로 봐도 생산유발 6069억원, 부가가치 유발 2455억원에 취업유발효과도 5108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특구 조성 이후 입주기업의 매출이 발생하면, 이와 연계된 생산유발효과는 8조58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 규모(100만평) 통일경제특구 조성 시 기대효과

<자료=‘통일경제특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이처럼 통일경제특구는 경제적 효과에 남북한 긴장완화라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정치적 어려움을 배제하더라도 경제적인 난점이 존재한다. 통일경제특구 계획은 대개 저렴한 북한 노동력을 남측으로 옮겨와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최 연구위원은 “북한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남한에 노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적용이나 신변문제에 대한 확신 등을 고려하면 결국 북한 노동력을 저렴하게 이용한다는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 사용이라는 쟁점에 매몰되기 보다는 남북 산업연계를 통한 시너지 확보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집약적인 부품산업을 북한 지역에 배치해 생산 단가를 낮추고, 생산된 부품을 활용한 완제품 생산은 남한지역에 배치해 상호 연계성을 제고하는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즉시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단계별 추진이 필요하다며 3단계 모형을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산업분업과 생산연계 등을 통해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협력벨트를 구축하고, 이후 남측에 경제특구를 지정해 개성공단과의 관계를 발전시킨 이후, 3단계에는 군사분계선의 남북을 아우르는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일경제특구의 추진은 이번이 최초의 시도가 아니다. 지난 18대국회에서는 통일경제특구 관련 5개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돼, 협의를 거쳐 정부조정안까지 마련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승현 입법조사관은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실천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국회에서 나홀로 통일경제특구법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점과, 북한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 등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입법조사관 역시 북한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 국내 최저임금법을 적용할지 여부가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둘러싸고 남북간의 의견차이가 노정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북한 근로자의 임금 문제에 대해 좀 더 논의하고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