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뒤로 미뤄졌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하도급법 적용범위를 확대한 ‘하도급거래공정화법’ 등 3개 법안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나머지 6개 법안은 소관 상임위도 넘지 못하고 4월 임시국회가 지난 6일 끝나 법안 제출이후 표류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은 여야간 대립이 첨예화돼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원격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함께 의료 민영화 우려가 있다며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또 유해시설이 없으면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짓도록 한 관광진흥법(학교앞 호텔법)도 처리가 보류됐다.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에 호텔을 지으려는 대한항공에게 특혜를 준다며 야당의 반대가 거센데다 ‘땅콩회항’ 여파로 여론도 좋지 않다.

정부의 조속한 처리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법안들은 이번에 다시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들어 학교앞에 호텔을 지으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는지 짚고 가야 한다. 숙박시설 부족보다는 미약한 관광콘텐츠 때문에 한국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훼손해 가며 허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정밀하게 들여다 보고 추진해도 늦지 않다. 국회 처리가 연기된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이젠 경청해야 한다. 경제활성화, 민생법안 운운하며 납득이 어려운 내용을 근거로 ‘질 좋은 규제’까지 풀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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