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이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도 지난 2011년 하도급법 위반에 한해 도입했으나 적용 범위가 좁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을 어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면 거액의 위자료를 물어내야 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란 근로자를 국적, 인종, 성별, 장애, 연령 등의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한국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조항이 선언적인 성격을 갖는데 반해 미국은 실제 적용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이같은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 변호사의 말이다. 캘리포니아주 노사전문 법무조합인 ‘허시펠드 크레이머’의 스티븐 허시펠드(Stephen J. Hirschfeld) 변호사는 지난 8일 중견기업연합회가 주최한 미국 노동법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한국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국적에 따라 특정 지원자를 뽑는 것은 차별금지법에 위배된다. 이같은 이유로 제소를 당한 한국 기업도 있었다” 말했다.

여성 직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의미하는 ‘유리천장’도 미국에서는 민감한 이슈다. 미혼여성 직원이 향후 결혼과 육아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허시펠드 변호사는 경고했다. “만약 주말근무나 출장이 많은 업무라면 미리 면접 과정에서 고지한 뒤 업무 가능 여부를 물으면 된다. 그런 과정 없이 편견만으로 차별했다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차별금지법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허시펠드 변호사는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차별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임금 손실분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임금 손실분에 대한 보상이다. 둘째는 기업의 차별 행위에 대한 위자료이며, 셋째가 징벌적 손해배상금이다. 만약 기업의 행위가 고의적, 악의적인 것이 증명될 경우 추가적인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원자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기업들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직원을 선발할 때 경력의 진위여부, 평판조회 등을 진행하는데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할 경우 동성애나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를 본의 아니게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원자의 신원조회를 외부 개인정보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허시펠드 변호사의 말이다. 학력, 이력, 범죄경력 등을 꼼꼼히 점검하되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정보는 걸러낸 뒤 기업에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노동유연성은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미국 여러 주에서는 ‘임의고용제’를 허용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은 별다른 사유 없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임의고용에 따라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의 근로계약서에 해당하는 오퍼레터에 명시해주는 것이 좋다고 허시펠드 변호사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