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연인출제도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전 은행에서 시행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지연인출제도란 1회에 300만원 이상 이체된 금액을 자동화기기(ATM)에서 인출할 경우 일정 시간동안 인출이 지연되는 제도다.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 2012년부터 전 은행에서 10분 지연인출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10분 지연인출제를 활용해 피해자들이 10분 이상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다 돈을 빼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왔다.

이에 금감원은 지연인출제도 인출시간을 기존 10분에서 30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은행권 자체 조사에 따르면 10분 지연인출 시 보이스피싱 피해를 24% 줄일 수 있는 반면, 30분으로 늘릴 경우 54%까지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300만원 이상 이체된 금액을 다른 계좌로 이체시킬 때는 지연인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금감원 조성목 서민금융지원국장은 같은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300만원 이상을 이체할 때는 전화 등 추가적인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추가인증을 통해 범죄행위를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한 ‘299만원 피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은 “각 금융회사의 의심 계좌를 점검해 금액 쪼개기 수법으로 인출하려는 경우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300만원 이상 입금된 금액을 30분 이내에 인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면 된다. 금감원은 2014년 상반기 기준 ATM 이용건수 중 300만원 이상 인출비율은 0.4%에 불과한 만큼 일반 이용자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분 지연인출제도는 오는 19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중 모든 은행에서 시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