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청와대가 김성우 홍보수석의 입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뭉뚱그려 분류된 규제완화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청년층을 비롯한 66만여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게 된다는 비장한 경고도 있었고, 여야간에 합의를 마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청년층의 세금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세금폭탄론’을 유포한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일자리와 국민연금, 이 두 가지 사안을 관통하는 것은 고용과 부양의 측면에서 불거지고 있는 세대간의 갈등이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세대간의 갈등이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먼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일자리를 두고 싸운다’는 고용현실과 이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은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아예 대놓고 “정부가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50대 취준생보다 오포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편을 드는 훈수꾼도 있고, 소위 ‘노동 개혁’을 통해 아버지 세대의 일자리를 청년 세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마치 정해진 일자리를 놓고 양 세대가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상황을 도식화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일자리’가 화석화된 선언으로 변질된 것은 유감스럽다. 청년고용이라는 미명 하에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사장시키려 하는 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더욱이 작금의 위기상황을 임금피크제나 ‘노동 유연화’ 등 허울 좋은 ‘노동개혁’용 카드로 소모시키려는 의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청년실업률 급증의 근본 원인이 청년들이 공무원·대기업 일자리만 찾아서가 아닌 것처럼, 그들의 부모세대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 역시 이유가 될 수 없다. 정부의 비호를 등에 업고 압축성장한 한국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 이러한 위기를 ‘노동 개혁’으로 운 좋게 넘긴다 해도, 청년세대가 부모세대가 됐을 때 이들과 자식 세대가 향유할 고용의 질은 더 악화돼 있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청년고용이라는 허울로 특정부류의 이익을 공고화할 소위 규제완화에 가속도를 내려는 행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주의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놓고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은 의도 자체가 불순하달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미래세대가 1700조여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처럼 발표했다. 가정과 전제를 생략한 채 원하는 수치만 불러다가 ‘세금폭탄론’을 증폭시켰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마치 ‘부모세대가 벌써부터 청년세대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상황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이는 가뜩이나 불거진 세대간의 갈등을 더 악화시키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연금제도 전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다. 김 수석이 사용한 표현대로 ‘정치적 당리당략’이 아니라고 장담하기 힘든 문법이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들에 ‘청년일자리’와 ‘세금폭탄’론을 볼모로 들고 나오는 것은 어느 세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치졸한 ‘당리당략’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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