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에 환경원가를 반영해 지역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기연구원 이정호 센터장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김동완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은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수도권에서 주로 소비하는 구조인데 전기요금은 동일하다”면서 “지역별로 요금을 차별한다면 지방에서 기업과 인구를 유치하는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지역이 이날 토론회의 쟁점이 됐다. 충남발전연구소에 따르면 충남지역의 석탄화력설비는 2013년 기준 1525만㎾로, 전국(3094만㎾) 생산설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2조7200억원, 환경오염물질에 따른 비용이 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박완주 의원은 “전력 생산에 드는 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발전연구원 이인희 연구원도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은 대기오염과 온배수, 송전선로 때문에 환경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보지만 발전이 없는 수요지역과 동일한 전력가격을 부과하고 있다”며 “충남지역이 화력발전의 사회적 비용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전기요금 개편은 지역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안 충남도지사는 “전기요금 체계개편을 지역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전기요금은 국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전기요금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배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은 용도별로 나눠 kWh당 45~127원의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농사용 전기가 45.5원으로 가장 저렴하며 산업용이 100.7원, 일반용(공공·영업)이 121.9원, 주거용이 127원 등이다. 산업용 전기의 경우 2013년 11월 정부의 전기요금 합리화 정책에 따라 6.4% 인상된 바 있다.

한국전력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 이중영 요금제도실장은 “최근 10년간 세계적으로 주택용 요금은 3배, 산업용 요금은 4배까지 인상했으나 한국은 그러지 않았다”면서 “전력 생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경우 국민들이 그만큼의 부담을 짊어질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충남의 전기요금을 인하할 경우 기업이나 인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실장은 “전기요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요금을 내린다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충남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을 인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산업부 김성열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만약 사회적 비용에 따라 전기요금을 산정한다면 그 단위를 광역시로 할지, 지자체로 할지 등 기술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앞으로 전문가 집단의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력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해 단순히 비용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외국은 민간에서 전기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국가에서 공사의 형태로 관리해 공익적인 성격이 크다. 외국과 한국을 비용에 따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