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에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TV홈쇼핑 사업자에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최재섭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YMCA 시민사회운동부가 주최한 TV홈쇼핑 관련 토론회에서 “6개 TV홈쇼핑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000억원에 육박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144억원 처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현행보다 강한 수준의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월30일 공정위는 사업자의 서면미교부, 구두 발주,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판촉비 부당전가, 부당한 정액제 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6개 TV홈쇼핑 사업자에 총 14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홈쇼핑회사들이 이같은 불공정행위로 벌어들인 수입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가 인용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개 TV홈쇼핑 사업자의 매출총액은 4조8455억원, 당기순이익은 5986억원에 달했다. 6년 전인 2008년과 견주면 각각 131%, 187%나 덩치를 키운 셈이다.

더욱이 홈쇼핑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기준 9.7~23.2%로 비제조업 평균인 2.7%과 제조업 평균인 5.7%를 훌쩍 웃돌았다. 업체별로 보면 홈앤쇼핑이 23.2%로 가장 높았고 ▲NS홈쇼핑 20% ▲현대홈쇼핑 18.1% ▲GS홈쇼핑 14.9% ▲CJ오쇼핑 12.5% ▲롯데홈쇼핑 9.7% 순이었다. 

홈쇼핑회사들의 수익률은 재계 1위인 삼성전자나 백화점 업종과 비교해도 한참 높은 수준이다. 최 교수가 자료를 인용한 중소기업청의 ‘홈쇼핑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6개 홈쇼핑사의 투하자본순이익률은 평균 18.6%였다. 삼성전자(8.4%)나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평균(8.6%)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같은 수익률 시현은 협력업체에 과도한 수수료에 기반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대 홈쇼핑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평균 34%의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대기업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32.3%, 중소기업이 34.4%였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이를 멀찍이 넘어서 판매가의 절반에 이른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지난 2009년 홈쇼핑 협력업체 10곳을 대상으로 실질 수수료율을 조사한 결과 53%에 달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 조사에 협조한 업체들은 지금도 홈쇼핑회사와 거래를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비록 6년 전 조사이기는 하나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크게 나아졌으리라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기청의 홈쇼핑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연구진이 심층면접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TV홈쇼핑회사들은 사전제작물 제작비용, 스타마케팅 비용, 게스트모델료, 사은품, ARS할인비용 등을 협력업체에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홈쇼핑 시장의 과점이 이같은 불공정행위를 유발한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현재 홈쇼핑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승인을 받은 업체에 한해서만 영업을 할 수 있다. 1995년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처음 문을 열었고 N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등이 잇따라 개국했다.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만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공영홈쇼핑, 이른바 ‘제7홈쇼핑’은 오는 7월1일 개국을 앞두고 있다.

반면 홈쇼핑 업체 측에서는 지나친 요구를 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책임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황기섭 TV홈쇼핑협회 실장은 “어떤 소비자들은 같은 옷을 세 개의 치수로 구입한 뒤 몸에 맞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 두 개는 반품시킨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런 걸 ‘쇼핑 노하우’라고 말한다”면서 “이같은 소비자들의 행태도 상품 가격에 전가된다”고 애먼 소리를 했다.

황 실장은 영업이익률 부분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송출수수료를 주고 나면 영업이익률은 5%대”라면서 “제7홈쇼핑이 낮은 수수료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그렇게 해서 만약 성공한다면 다른 홈쇼핑회사들도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화살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