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도 서점도 살려면? 도서 ‘공급률’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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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도 서점도 살려면? 도서 ‘공급률’ 잡아야 오픈마켓 58% vs 동네서점 73%…“경쟁이 안돼”

기사입력2015-05-1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기이코노미

도서정가제 시대에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유통채널에 따른 공급가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국회의원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동 개최한 ‘도서정가제 정착과 지역서점 활성화방안’ 토론회에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박익순 소장은 출판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출판사와 서점 간 공급률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서점에게 책을 판매하는 가격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정가에 비해 몇 퍼센트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정가가 1만원인 책을 서점에서 7000원에 구입하면, 공급률은 70%가 된다. 수요자인 서점 입장에서는 이를 매입률이라고 부른다.

도서 공급률은 출판사 마다 다르고 서점별로 다르다. 박 소장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주요 인터넷서점으로 공급되는 책의 평균 공급률이 59.3%에 불과한 반면 소형서점은 73.0%에 책을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 공급률이 가장 낮은 유통채널은 57.7%의 오픈마켓이었으며, 주요 인터넷서점과 오픈마켓을 제외하면 60% 미만의 공급률을 적용받는 유통채널은 전무했다. 대형서점에 적용되는 공급률은 61.5%였다.

반면 중형서점은 70.5%, 소형서점은 73.0%의 공급률을 적용받고 있었다. 정가가 1만원인 책을 판매할 경우 인터넷서점은 4100원 가량의 마진을 남길 때, 소형서점은 2700원을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도입원가와 판매가의 차이일 뿐 여기서 비용을 제외한 실제 수익은 제각각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서점이 중소형 서점에 비해 시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유통채널별 공급률 현황

<자료=‘도서정가제 정착과 지역서점 활성화방안’ 토론회 자료집>

박 소장은 “도매서점 공급률이 소매인 인터넷서점보다 높아서 정상적인 유통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서점에서 사는 가격이 도매서점에서 살 때보다 더 낮기 때문에, 소매서점에서 도매서점이 아니라 경쟁관계인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분야별 공급률 차이도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아동 도서와 대학 교재의 차이가 20%에 이른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이와 같이 복잡하고 차별적인 공급률 구조가 결국은 중소 서점과 중소 출판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양극화를 초래하고, 출판업계 가치사슬 전체의 활동성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또 저자와 출판사, 서점 등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출판유통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도서정가제 취지를 살리는데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해결방안으로, 유통채널별·서점별·출판사별·도서분야별 공급률 차이를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도매서점과 소매서점의 차이만 두고, 공급률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민간 차원의 협약에 체결되면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급률 문제 해결과 함께 지역서점 도서관 납품제도의 정상화와 도서구입비 세제지원의 도입도 요청했다.

도서정가제 이후 서울의 관악구, 경기도의 의정부, 서울시교육청 등이 공공도서관 또는 학교도서관 장서 구입 시 지역 서점에서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적인 시행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어,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지역서점이 아니라 서점과 무관한 용역업체나 유령서점이 낙찰받는 현상도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점단체에서 지역서점으로 인증받은 서점에 한해 입찰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계류중인 도서구입비 지원 관련 세법개정안 현황

<자료=‘도서정가제 정착과 지역서점 활성화방안’ 토론회 자료집>

이와 함께 “도서를 구매하는 소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조세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19대 국회에 들어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세법개정안이 7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에서는 근로소득공제 외의 추가공제를 신설하기 어렵다는 점과, 도서구입비를 의료비같은 필수경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 상황이다. 박 소장은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제도를 예를 들어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