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여전히 저임금 비정규직의 고용에 보다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부진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재계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에 등록된 251만명의 구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는 구인인원의 73%를 정규직으로 뽑고 싶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계약직 구인 비중이 52.7%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은 40.3%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정규직 구인 비율이 더 높고, 대기업은 반대로 계약의 비중이 더 높은 조사결과에 대해 고용정보원은 “‘비정규직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다’는 기존 통념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정규직을 고용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오히려 계약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정규직에 보다 저임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정규직에 비해 고용보호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더 높아야 할 것 같지만,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평균 1만1463원이었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1만8426원의 62.2%에 불과했다. 게다가 2013년의 64.2%보다 그 편차는 더욱 커져버린 상황이다.

사업체 규모별로 나눠보면 대기업에서 이런 격차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인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80.6%를 받고 있으나,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그 비중이 64.2%에 그쳤다. 5인 이상 30인 미만은 71.4%,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는 64.9%로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심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국경제가 호황이었다면 이같은 현상이 문제점으로 인식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기불황의 우려가 점증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에서는, 4월 중소기업 경영의 최대 애로로 내수부진이 꼽혔다. 제조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내수부진이 최대 경영애로로 조사된 것은 36개월 연속이다. 매달 진행되는 경기전망 조사에서 3년 연속 내수부진이 가장 큰 경영애로로 꼽힌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 와중에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로 인해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정규직 채용이 더 많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도 더 적다는 점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설득력없는 변명인지 알 수 있다. 내수부진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기업에게도 이익이 된다. 눈앞의 회계상 숫자에 얽매여 비정규직 채용과 저임금 지급을 고수하는 것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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