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연일 홈쇼핑 업계가 시끄럽다. 최근 몇 년간 홈쇼핑 회사들이 줄기차게 팔았던 백수오 건강식품에 이엽우피소라는 비식용물질이 혼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6개 홈쇼핑회사들은 먹고 남은 제품에 대해서만 환불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나 소비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가짜 백수오 피해자 모임 카페는 회원수가 37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법무법인과 손잡고 홈쇼핑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다. 

백수오 파동과 맞물려 홈쇼핑 업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TV홈쇼핑 역사는 올해로 꼭 20년째다. 매년 덩치를 키워온 홈쇼핑회사들은 그만큼이나 장사수완도 좋아졌다. 6개 홈쇼핑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기준 9.7~23.2%로 비제조업 평균인 2.7%과 제조업 평균인 5.7%를 훌쩍 웃돌았다. 장사를 잘했다는 뜻이니 이들 회사 주주들이라면 반길 일이다. 그러나 그 수익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홈쇼핑회사들은 협력업체에 평균 34%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소비자가 100원짜리 물건을 사면 이중 34원은 홈쇼핑회사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남은 66원이 협력업체에 돌아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쇼핑회사들은 사은품이나 게스트 모델비, 사전제작물 제작비, ARS 할인비까지 협력업체에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에서는 홈쇼핑회사들이 사은품을 챙겨주는 양 생색을 내지만 결국 협력업체의 얄팍한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던 셈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홈쇼핑회사들의 행태가 불공정거래라며 지난해 14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600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인 홈쇼핑회사들에 144억원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홈쇼핑시장이 정부가 보장해준 과점 시장인 것도 문제의 단초다. 한국에서 TV홈쇼핑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부적절한 업체는 재승인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침 지난달 30일 롯데, 현대, NS홈쇼핑의 재승인이 물망에 올랐다. 3개 홈쇼핑회사 모두 재승인 직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은 터였다. 일부 사업자가 재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3개 회사모두 재승인을 통과했다. 이와 관련해 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TV홈쇼핑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과점시장”이라면서 “승인제도라는 진입장벽이 특정 사업자를 보호해 유통약자들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와 미래부의 봐주기식 행정에 홈쇼핑시장은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오는 7월에는 제7홈쇼핑인 ‘공영홈쇼핑’이 문을 연다.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한 창구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 농협경제지주가 45%,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5%를 출자해 회사를 차렸다. 중소기업의 유통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협력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수료율은 23%로 제한했다. 기존 홈쇼핑회사들보다 10%p 이상 낮은 셈이다. 그러나 제2의 홈앤쇼핑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주주인 홈앤쇼핑도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머리말로 내걸었으나 수익을 좇다 보니 여타 홈쇼핑회사들과 다를 바 없어진 탓이다. 공영홈쇼핑이 홈앤쇼핑의 전철을 밟지 않고 중소기업들의 든든한 유통망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