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담당 부서가 아닙니다”

지난주 P2P대출을 취재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올해 정부의 24개 핵심개혁과제 중 하나가 ‘핀테크 육성’이라지만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P2P대출을 담당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먼저 핀테크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있는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P2P대출은 금융위원회에 문의해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의 어느 부서가 P2P대출과 관련돼 있느냐고 되묻자 “전자금융과가 아니겠느냐”는 애매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금융위 전자금융과도 사정은 비슷했다. P2P대출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하자 소관이 아니라며 서민금융지원국으로 질문해달라고 말을 넘겼다. 어렵사리 통화가 된 서민금융지원국의 한 사무관도 사실 P2P대출 담당자는 아니었다. 서민금융지원국 자체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와 불법 사금융 등을 관리·감독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한국에 P2P대출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P2P대출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자체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P2P대출이라는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데 누가 관리·감독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P2P대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안 그래도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인 상황에서 P2P대출을 합법화 하면 개인 채무가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나몰라라식 대응에 손해를 입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P2P대출업체인 머니옥션에 따르면, 지난 8년동안 이 회사를 통해 이뤄진 투자가 250억여원이나 되며 가입 회원수도 8만68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는 아직 없어 대출자(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아도 투자자(채권자)는 하소연할 데가 마땅치 않다.

정부의 신중론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P2P대출 시장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P2P대출 시장이 정부의 별다른 관리없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최근 금융부실, 신용 리스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정부는 이제라도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P2P 금융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법제도를 정비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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