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사는 50대 후반의 여성 A씨는 정부에서 “서민들을 위해 만드는 협동조합이 있는데, 현금도 아닌 신용카드로 여기에 투자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지인의 소개로 해당 사무실을 방문했다. 수익금을 매월 개인통장에 약 100만원씩 입금시켜 준다는 업체의 약속을 믿고 신용카드 2장으로 약 1500만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수익금은 입금되지 않았고, A씨가 해당 업체를 찾았을 때는 이미 사무실을 비록한 종적을 감춘 두절된 상태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최근 불법 사금융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유사수신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감원은 카드사의 불법거래감시시스템(FDS)을 통해 신용카드 활용 유사수신 확산 추세를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고수익 지급을 약속한 후 투자금 명목으로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결제(주로 할부)하도록 유도한 후 결제대금을 챙겨 줄행랑을 놓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특히 할부결제를 이용하는 새로운 패턴의 유사수신은 현금으로 투자를 받던 기존의 유사수신에 비해 (현금이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더 선호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불법 사금융’은 문자 그대로 불법적인 수단을 활용한 대금의 대부, 중계, 유치 등을 말한다. 이는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악질적인 행위이자 불법거래의 통로로 지목돼 금융감독원이 근절을 추진하고 있는 ‘민생침해 5대 금융악’의 하나로 규정도 있다. 금감원의 5대 금융악은 ①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②불법 사금융 ③불법 채권추심 ④꺾기 등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⑤보험사기 등이다.

금감원은 최근 적발된 10개 유사수신 업체에서 결제된 금액은 총 2720건에 40억4000만원이라며, 지난해 3분기부터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결제금액의 연체율은 13.7%로 카드채권의 평균 연체율 1.6%에 견주면 8배에 달하는 등 고객 피해가 심각하다. 더욱이 자료로 포착되지 않은 유사수신 업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고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이들은 먼저 ▲20~50%의 수익금을 준다거나 연금처럼 평생 일정액을 받을 수 있다며 카드결제를 유도하되 ▲초기에는 100만원 내외의 소액투자만 하도록 한 후 ▲약속한 날에 정해진 수익금을 지급해 신뢰를 얻고 ▲지인을 소개하도록 하고 본인 투자금도 1000만원으로 늘리도록 한 후 ▲거액이 결제되고 나면 자취를 감추는 식으로 불법행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 업체는 정부 후원·대행 업체를 가장해 건강보조제 등을 다루는 농수축산물 유통 영농조합법인 이름을 업체 상호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객은 실제 매장이 아니라 대도시에 위치한 행사장 또는 위장 사무실이다.

  ©중기이코노미

피해자가 비교적 나이 많은 여성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유사수신 혐의가 있는 40억4000만원(2720건) 거래 중 60대가 31%, 여성이 63%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유사수신 혐의 조기포착 및 수사기관 공조 강화를 통해 유사수신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업계의 체계적 공동대응도 약속돼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신용카드로 유사수신에 투자하는 것은 불법거래로 금전적 피해와 신용상의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며 고수익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말아주기를 당부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