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중소기업이 특허만 획득하면 ‘대박’이 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특허를 내고도 사업화에 실패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가장 많은 공통점은 ‘디자인’에 소홀했다는 것입니다. 기술만큼 중요한 게 제품 디자인이란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2009년 이영환 조우스 회장이 개발한 ‘무탈피 다접점 전선 접속 커넥터’ 모습 <자료=특허청>

특허청 컨설팅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조우스의 제품은 ‘무탈피 다접점 전선 접속 커넥터’다.  2009년 이영환 조우스 회장이 개발한 것으로, 여러 개의 전선을 피복과정 없이 연결해주는 접선 장치다. 커넥터 뚜껑을 열고 양쪽에 전선을 꽂은 다음 닫으면 자동으로 접선이 된다. 피복과정이 생략돼 감전사고 위험성을 줄일 수 있고, 비전문가도 전선 연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화에는 애를 먹었다. 기술은 훌륭했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할 디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늘 자금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제품 디자인까지 신경쓰기는 참 힘들었다”며 “그런데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보고 물건의 성능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기술만 믿고 출시하는 중소기업 신제품은 구매 목록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특허청의 제품디자인 컨설팅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수혜기업으로 선정돼 퓨전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조우스와 퓨전디자인이 개발한 상어 입모양의 무탈피 다접점 전선 접속 커넥터 <자료=조우스 홈페이지>

선우남 퓨전디자인 실장은 “조우스 제품의 조형적 특징은 여러 개의 전선을 커넥터가 ‘꽉 무는’ 것이었다”며 “소비자들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상어의 입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제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또한 선 실장은 “조우스 제품은 기존 제품들과 다르게 산업용이라는 특징도 있었다”며 “이 제품이 쓰일 산업현장이 주로 좁고 밀폐된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해 제품에 미끄럼 방지 디자인 등도 첨가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청은 조우스가 타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디자인을 갖추도록 경쟁사 특허를 회피하는 설계안을 제공했다. 또한 후발업체가 조우스를 모방할 가능성에 대비해 경쟁사 특허 10건에 대한 권리범위 분석을 실시, 이에 대한 대응전략도 수립했다. 이에 대해 박종한 한림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국내 중소기업 중 조우스만큼 디자인 측면까지 완벽하게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기업은 드물다”며 “해외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친환경 생활용품을 생산·유통하는 ㈜JnK Science의 탈취제 ‘에코프레쉬’도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딩에서 제품을 선판매하기 위해 특허청 디자인 지원사업에 신청한 독특한 사례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벤처나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직접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JnK Science의 탈취제 에코프레쉬 <자료=특허청>

2014년 특허청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 회사는 유투디자인컨설팅과 함께 에코프레쉬의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유투디자인컨설팅 최기호 대표는 “당시 에코프레쉬의 디자인은 물먹는 하마와 똑같았다.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제조자 입장에서 그게 가장 만들기 편했기 때문이었다”며 “새로운 디자인은 소비자 편의성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일주일간 실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나눠주고 사용후기를 받아 디자인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디자인에 대해서는 “제품이 싱크대나 냉장고 안, 옷장 속, 차량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바닥에 세우면서 옷장에도 걸 수 있는 형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디자인된 에코프레쉬는 현재 중국계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징동(JD.com)을 통해 론칭을 앞두고 있다. 김 부사장은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중국 투자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디자인이 개선으로 기존 제품보다 2~3배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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