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으로 신분증을 찍어서 전송하거나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을 확인시키는 등 이른바 ‘비(非)대면 실명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016년 3월부터는 은행에 이어 다른 금융권에서도 시행할 계획이다.

덕분에 하나의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번호표를 손에 쥐고 몇십 분씩 기다려야 했던 소비자들은 이런 수고는 덜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고객확인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핀테크(Fin Tech)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명확인이 전보다 쉬워졌다는 것은 명의 도용, 대포통장 확대 등 금융사기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12월부터 비대면 방식을 도입하는 은행은 정부가 제시한 4가지 방식 중 2가지를 선택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4가지 방식은 신분증을 촬영 또는 스캔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신분증 사본 제출, 금융사 직원이 영상통화로 육안 또는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해 신분증 사진과 소비자의 얼굴을 대조하는 방식, 현금카드 등을 전달하는 전달업체 직원이 확인하는 방식, 타 금융사에 개설된 계좌로부터 소액이체를 하도록 함으로써 거래권한을 확인하는 방식 등이다. 보안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각각의 방식에 이미 빈틈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는 방식은 신분증이 위조될 가능성이 높다. 또 타금융사 계좌를 통한 방식은 휴면계좌 등을 이용해 명의를 도용하거나, 하나의 대포통장으로 여러 계좌를 개설하는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영상통화 역시 명의도용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금융사 직원이 영상통화를 통해 신분증 사진과 영상 속 소비자의 모습을 대조하는 것이 얼마나 정확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금융실명거래 관행이 정착됐고 ATM, 인터넷 뱅킹 등의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서비스 이용비중이 90%에 달하는 만큼 비대면 방식이 허용될 시점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내놨다. 정부의 얘기처럼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만큼 이를 악용한 금융사기가 잇달았으며, 이에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진 상황이다. 만일 정부가 비대면 방식의 문제점과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채 계획대로 강행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편의’가 아닌 ‘불안’만 더 키워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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