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북미시장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이주한 그리 인터내셔널 수석 디자이너가 북미 모바일게임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도로 앞에 귀여운 닭 한 마리가 서 있다. 무단횡단을 하기 위해서다. 닭은 휙휙 달리는 자동차가 뜸해진 틈을 타 부지런히 발을 놀린다. 일차선 도로를 무사히 건너자 이번엔 이차선 도로가 나온다. 닭은 다시 한 번 자동차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길을 건넌다. 

이는 호주의 힙스터웨일(Hipster Whale)사가 개발한 길 건너 친구들(crossy road)이란 모바일게임의 내용이다. 말 그대로 길을 건너는 게 전부인 이 게임은 지난해 11월 iOS버전으로 북미시장에 출시된 뒤 한 달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이처럼 캐주얼 게임이 초강세다. 캐주얼 게임이란 간단한 조작으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단조로워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퍼즐이나 보드, 카드게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 길 건너 친구들 <사진=구글 플레이 스토어>

게임사업 분석 컨설턴트인 조시 번즈(Josh Burns)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서양 게임들은 전체적으로 깊이가 얕고 단순한 게 특징”이라며 “캐릭터를 키우고 전투를 벌여야 하는 롤플레잉 게임(RPG) 조차도 수행 과제가 적고, 조작법이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북미 지역 유저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사람들은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내용의 게임을 싫어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북미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선 어떤 캐주얼 게임을 개발해야 좋을까. 이에 대해 이 디자이너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화면구성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며 “이를 적극 반영한다면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캐릭터의 경우 미국인들은 깜찍하고 부드러운 귀여움보다는 화나고 엽기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며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료 게임 1위를 기록 중인 클래시 오브 클랜만 봐도 캐릭터들이 심술궂거나 공격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디자이너는 또한 화면 색감과 구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대박 게임들은 주로 따뜻한 원색 계열의 색감을 사용하고 있다”며 “게임 그래픽을 만들 때 빨간색과 노란색의 채도를 높이면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게임진행 방식의 경우, 좌우로 움직이는 가로 방향보다 3D를 이용해 입체적인 움직임이 살아나도록 만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윈드러너나 쿠키런처럼 횡스크롤게임이 인기를 끌지만 미국은 템플런, 서브웨이 서퍼 같은 입체적인 진행방식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 게임 화면 <사진=구글 플레이 스토어>

이날 세미나에서는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전문기업인 키야트 게임즈(Kiyat Games) 조현선 대표가 북미 시장 진출시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조 대표는 “보통 북미 지역에 진출하는 한국 게임들은 내용 등을 현지 사정에 맞게 바꾸는 현지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데 시간을 많이 뺏기면 시장 진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현지화 과정이 보통 3~5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북미 진출을 고려하고 게임을 만들어야 시장에 보다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을 개발할 때 “이름은 영어로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것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로 아무리 특색 있는 이름을 지어도 영어로 번역하기 힘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현재 북미 지역 서비스를 준비 중인 RPG 게임 불멸의 전사는 영어로 번역하니 ‘Immortal Warrior’가 됐다”며 “한국어가 가진 강렬한 느낌이 전혀 살지 않아 할 수 없이 이름을 다시 지어야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외국인들이 한국 게임 내용 중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여자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라며 “보통 외국 게임들은 남녀 캐릭터의 비율이 비슷한 만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의 특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녀는 “한국 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이 카카오톡 같은 메시지 플랫폼을 통해 배급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북미 지역에는 이런 메시지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모바일게임 출시를 위해선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녀는 “원활한 게임 출시를 위해선 미리미리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 등을 찾아다니며 구글이나 애플 모바일게임 담당자를 만나둬야 한다”고 말했다.

출시 이후 마케팅 방법으로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카카오톡 같은 메시지 플랫폼이 없는 북미 지역에서 모바일게임을 홍보하려면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북미 유저들은 재밌는 게임을 하고 나면 최고점수 화면 등을 캡처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게임 유저들 사이에 입소문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등 북미 지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아시아 지역보다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2015년 북미 지역 모바일게임시장 규모를 약 30억4000만달러로 전망하며, 2016년에는 이보다 8.5% 증가한 약 33억1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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