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앙대 재단이사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재단이사장이 입시제도에 임의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한겨레는 박 전 회장이 중앙대의 지식경영학부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에 앞서 남학생을 뽑으라는 지시를 면접 평가위원에게 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박용성) 이사장님께서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느냐, 졸업 뒤 학교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들을 뽑으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중앙대 측은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실관계를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사실이라면 교육자의 자격이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해당 전형은 과거부터 여학생의 지원비율이 높았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바로 재직하는 학생이 여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전형이건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고 공정하게 입시를 진행해야 마땅하다. 재단이사장이 특정 전형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사립학교법 위반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학사행정의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는데, 재단임원이 이를 침해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입시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면접에서 성별 등의 기준으로 학생을 걸러낸다는 발상 자체의 반교육성은 경악스럽다. 여성이 대학다니는 모습에서 박 전 회장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박 전 회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앙대의 재단이사장이었다. 교육자이니 교육철학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져야 한다.
재단이사장에서 물러난 경위 역시 교육자로서는 흠이 많다. 총장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박 전 회장은 대학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거나,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목을 친다는 표현이 막말인 것도 문제지만, 대학 구조조정에 교수들이 반대하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도 의문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기존의 학과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해당학문의 연구자들은 연구토양의 훼손을 우려해 반대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박 전 회장의 관점은 대화와 타협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두산그룹은 오랜 기간동안 ‘사람이 미래다’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왔지만, 박 전 회장의 행태가 이런 노력을 일거에 무력화시켰다. 사람이 미래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박 전 회장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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