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핀테크 띄우기가 한창이다. 이에 편승해 금융실명제, 금산분리, 외환거래 등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얼개를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들이 줄줄이 ‘완화’ 번호표를 들고 대기중이다. 정부는 이참에 한풀이라도 하듯 각종 금융규제를 대폭 풀어낼 기세다. 이미 핀테크의 선봉대 격인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팀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진척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공식 석상에서 ‘당연하거나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제도와 관행들도 정비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금산분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입장표시였다.
변화된 시대상을 담아낼 수 없다면 더 이상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금융실명제는 물론 금산분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제도, 혹은 규제를 변경, 완화, 혹은 철폐하겠다는 검토의 출발점이 설익은 탁상공론이거나 전체가 아닌 한 집단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의도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금산분리는 재벌 위주의 압축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 경제에서 그나마 위태위태 안정성을 담보해내는 몇 안 되는 제도였다. 카드대란이나 동양사태에서 보듯, 은행이 아닌 여신이나 증권사 하나가 휘청대도 우리 경제 전체는 씻어내기 힘든 충격에 노출된다. 핀테크 키우겠다고 슬그머니 규제를 풀고 기업의 은행 소유 길을 터준다면, 그로 인해 가뜩이나 비대한 대기업들이 땅 짚고 헤엄치듯 덩치 키우기에만 골몰한다면, 여기서 맺는 열매가 사회나 기업이 아닌 총수 일가의 입으로만 깔때기 댄 듯 직행한다면, 무책임하거나 무능하게 은행업을 영위해 온나라를 도탄에 빠트린다면… 그 뒤를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핀테크 키운답시고 틀어대는 각종 규제완화 훈풍이 중소기업에도 공평하게 불어줄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최근 중기이코노미 보도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64.1%가 핀테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연구원 백강 책임연구원은 “핀테크 논의는 은행권 업무에만 집중돼 있고,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결론으로만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핀테크 서비스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 측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지적은 시의적절하다. 산업을 키우고 파이를 늘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보다 이를 향유할 경제 전반, 국민 전체의 편익을 먼저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산업사회에서 대부분의 새로운 ‘기회’는 부익부빈익빈 확장에 기여해 온 바 크다. 핀테크는 이러한 측면에서 예외를 만드는 신기원을 이룩해 주기를, 국민 전체의 편익은 높여주고, 이를 향유하는 중소기업의 금융 관련 애로는 쭉 낮춰주는 새로운 제도로 자리잡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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