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고용노동부는 이날 기업이 근로자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시작이 예정된 1시30분 공청회장을 찾았을 때 이미 이곳은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경찰들은 대열을 만들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퇴로를 확보 중이었다. 축사를 낭독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 장관은 결국 준비한 원고를 읽지도 못한 채 현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양대노총은 공청회 전날인 27일 “노동시장 구조개악 발판으로 활용될 공청회에 반대한다”며 가능한 방법으로 항의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사실상 충돌이 예고된 셈인데, 고용노동부는 장관까지 초청하며 무사태평 행사를 강행했다. 예정된 행사시작 시각인 1시30분 이미 공청회는 파행을 맞았고, 2시 경에는 양대노총의 기습 기자회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시 5분께 파행 입장과 향후 계획을 묻기 위해 고용노동부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자 이같은 소동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안일한 자세로 공청회에 임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생각만큼 진전되지 않자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당초부터 논란이 많았던 사안이다.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은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고용연장법 19조의2가 근거조항인데, 입법 당시에도 의견이 분분해 사업장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일괄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꼼수로 사실상 이를 도입하려다 된서리를 맞게 됐다. 이날 노정(勞政)의 충돌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선은 더욱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노사 간의 합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