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생물학무기인 탄저균이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반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국민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탄저균이 국내에 들어왔는데도 한국 정부가 모르고 있었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 죽은게 아니라 ‘살아있는’ 탄저균이 담긴 표본이 한국의 미군 공군기지로 배달됐다고 미국 국방부는 지난 28일 밝혔다. 미 국방부는 해당 표본이 폐기돼 위험은 없으며, 관계자들 또한 감염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은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생물학무기다.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고, 치사율이 80% 이상으로 100kg만 살포하면 100만명 이상 살상할 수 있다고 한다. 9·11 테러이후 미국을 공포로 몰아 넣은 ‘백색가루’가 바로 탄저균이다.

이처럼 국민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살아있는’ 탄저균이 국내에 반입됐는데 우리 정부는 알지 못했고, 미군은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치명적인 생물학무기가 우리 땅에 들어왔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우방이라는 미국은 무단으로 반입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험물질이 미군에 의해 반입돼도 구조적으로 알수 없는 이유는 소파(SOFA) 협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아있는 탄저균을 이동할 때는 해당국 보건기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고, 한국정부는 소파협정 때문에 국내에 들어온 미군 물자를 검역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군이 위험물질을 한국 땅으로 반입할 때(무엇보다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사전에 한국 정부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도록 반드시 SOFA를 개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정부는 주저할 어떤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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