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100여명에 달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리조트 측이 제설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한 관리소홀 문제도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학교측의 재정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과, 학생회가 학교의 뜻을 거스르고 단독으로 외부행사를 벌였다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사후대책에도 이런 인식이 반영됐다. 이재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안행부 안전관리본부장)은 19일 마우나 리조트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학교와 관계없이 학생회 단독으로 시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등에 대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건물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고가 벌어진 와중에 학생회 단독행사를 폐지하겠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없다. 학생회가 단독으로 신입생 환영행사를 열면 반드시 사고가 일어난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이상에는 말이다.

장소선정을 신중하게 했는지를 놓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힘든 사안이다. 물에 빠지는 사고에 대해 “왜 물가에 갔느냐”고 물어볼 수는 있지만, 건물이 붕괴된 사고에 대해 “왜 붕괴될 건물을 장소로 선정했느냐”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왜 거기에 있었느냐, 알아서 조심하지 그랬냐”고 따지는 일은 벌어진 적 없다.

정부의 “학생회 단독행사 금지 검토”에는 왕왕 우리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피해자 책임 전가 인식’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재난이 아닌 다음에야 피해자에게 피해입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대책은 필요없다.

정부는 현재 붕괴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시공 과정에서 건축법 위반이 있었는지와 행사 당시 행사대행업체의 과실이 있었는지, 안전관리 상의 잘못이 있었는지도 따지는 중이기는 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식의 ‘대책’은 본질을 떠난 어처구니 없는 일에 불과하다. 피해자 책임전가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각성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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