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시스템 리스크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우리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은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였다.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한 중기이코노미 기사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1분기말 1099조3000억원에 달해, 1년 새 74조원이 넘게 늘었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한 규제완화의 영향이다. 전세난을 잡겠다고 정부가 ‘빚 얻어 집 사는’ 풍조를 장려한 셈인데, 덕분에 부동산시장에는 훈풍이 불었지만 가계부채라는 우리 경제의 뇌관은 재깍재깍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번 한은의 조사결과 중 특이한 것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보인 온도차다. 외국 전문가들 중 우리 가계부채를 위험요소로 꼽은 비율은 50퍼센트에 불과했지만, 국내 은행과 비은행 전문가들 중 이를 위험요인으로 꼽은 응답은 각각 70퍼센트와 90퍼센트를 넘겼다. 이 시대 전세난의 핵심은 공급물량 부족보다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신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겠다. 시장에 대한 회의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부동산 기반 대출의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대출이 기형적으로 늘어난 상황을 경고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인위적이랄 수밖에 없는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으로 시장에는 일시적으로 훈풍이 돌 수 있겠으나, 사소한 충격에도 방어막을 형성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혀질 수 있다.

이번 한은 조사에서 미국의 금리 정상화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60퍼센트에 달했다는 점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금리인상 기조에 접어들게 될 경우, 가계부채는 더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금리 등의 문제로 부동산 신규수요가 유입되지 않거나 인위적 부동산 부양책이 한계에 달할 경우, 부동산 가치 하락이 겹쳐지면서 가계부채라는 폭탄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펼치는 낙관론은 미덥지 못하다.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금융자산에 비해 가계부채 규모가 아직 작은데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소득 상위계층에 몰려있다”는 논조로 시스템 리스크화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과연 정부의 이러한 낙관론이 구체적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정책실패 인정을 회피하기 위한 헛구호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경기부양 만병통치론자’들의 반성 없는 밀어붙이기는 아닌지 하나하나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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