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을 하는 A씨와 암보험 가입 상담을 하던 B씨는 과거 만성위염으로 치료받은 사실을 알렸고, 보험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A씨의 답을 받은 후 보험에 들었다. 이후 만성위염 증세가 악화돼 위암 판정을 받아 보험금을 청구한 B씨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내줄 수 없다는 보험회사의 답변을 받았다.

이런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입자 B씨는 보험대리점 A씨에게 기왕증을 고지함으로써 보험회사에게 고지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고 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보험회사 약관 설명의무 강화 ▲심신박약자 생명보험 가입 허용 ▲보험대리상·보험설계사 권한 규정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보험편)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후부터 시행된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예로 든 건에 대한 해석은 보험대리상 등의 권한을 규정하면서 바뀌게 됐다. 개정 상법은 보험대리상 및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과 관련해 할 수 있는 행위를 규정해 그에 해당하는 행위는 보험회사까지 효력을 미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대리상은 보험료 수령, 보험증권 교부, 청약·해지 등 의사표시 통지·수령 권한을 갖는다. 여기서 보험대리상은 (보험)영업 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한편 보험설계사는 보험증권 교부, 일정한 경우 보험료 수령 권한을 보유한다.

보험계약 때 보험회사의 보험약관 ‘명시’의무는 ‘설명’의무로 전환된다. 계약자의 계약취소권 행사기간은 현행 보험계약 성립일로부터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된다.

보험모집인이 C씨에게 보험약관을 개략적으로 보여주었고, C씨는 보험을 청약했다. 2개월 후 C씨는 이 보험이 3년마다 갱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그때마다 보험료가 인상되는 상품임을 알고 계약을 취소하고자 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 경우, 보험회사가 약관 명시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1개월이 지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이 명확해지고,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심신박약자에 대한 생명보험 가입도 허용된다. 현행법은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심신박약자를 보험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들이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제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년부터는 ‘의사능력’이 있는 심신박약자가 ‘직접’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단체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에는 가입이 허용된다. 이 조치는 장애인 권리 신장 및 장애인 가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또 장애인의 생보 가입과 관련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차별을 금지하는 UN의 장애인권리협약에도 부합된다.

가족에 대한 보험회사의 보험대위 금지 규정도 신설된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사고를 낸 경우,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를 제외하면 보험자가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보험수익자의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고, 이에 맞춰 보험회사의 보험료 청구권 소멸시효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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