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클라우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 시행령안은 오는 10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갖는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공청회에서는 일부 조항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이용자 보호 규정이 미약하다는 평가에 따라 수정과 보완을 거친 법안이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시행령안 17조가 정한 사업자의 ‘통지방법’은 대표적 사례다. 침해사고, 이용자정보 유출, 서비스 중단이 발생하면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내용, 원인, 확산방지 등의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여기가 문제다. 시행령은 전화, 휴대전화, 우편,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도 통지의 방법 중 하나로 허용했다.

우스운 비교거리가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종료하는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해당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홈페이지에도 해당 내용을 게시해야 한다. 여기서 개별통지 방법은 전화, 휴대전화, 우편,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중 하나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그 이후부터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보다 치명적인 ‘사고’보다 통상적인 사업종료가 더 엄격한 통지방법을 취하도록 돼 있는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전화, 우편, 이메일 등은 보다 적극적이자 명시적으로 피해상황을 알릴 수 있지만, 홈페이지 게시는 사정이 다르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는 한 해당 내용을 알 길은 없다. 이용자의 정보보호를 위한 규정을 두면서, 사업자 편의를 지나치게 고려하다보니 정작 실효성은 떨어진 반쪽짜리 규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가 클라우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는다 한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산업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누차 반복하자면, 신뢰가 먼저다. 생소한 산업을 키운다면서 불안해할 것이 뻔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담보해 내지 못한다면 ‘사업자 이익 보호’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업자의 이익을 구축해 주는 것은 정부가 아닌 소비자, 이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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