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불균형은 정보의 생산, 분배, 소비 등 정보처리 능력에 차별이 생길 때 쓰는 말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능력이 떨어져 정보획득에 제한이 생기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정부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서산간지역에도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는가 하면, 무료 와이파이존을 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보 불균형이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전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때문이다. 1주일새 메르스 확진 환자가 25명이 늘고 격리대상자는 1300명에 이르는 등 확산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필요 이상으로 키울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역과 병원 목록은 지난주부터 메신저 앱이나 SNS에서 꾸준히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전하기 시작한 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정부는 “허위정보가 대부분”이라며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처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잘못된 정보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중 상당 부분은 사실이라는 점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메르스 병원 정보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계층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종이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메르스 병원 정보가 떠돌고 있다는 사실까지만 거론할뿐 병원이름까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은 정보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디인지 알아야 의심증상이 나타났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니 대처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병원 깜깜이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이를 공개할 가능성도 일정부분 있다. 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82.6%는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목소리로 “정부는 메르스 병원을 공개하라”며 압박을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