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휴대폰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2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기기제조업 겸업을 허용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직접 휴대폰을 제조할 수 없어 자회사를 활용한 우회 방식으로 휴대폰을 만들어왔다. SK텔레콤의 ‘스카이’가 대표적이다. 이제 합법적으로 휴대폰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구글폰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제조업까지 넘보는 모양새다. 

카카오톡은 콘텐츠 서비스업으로 창출한 고객 충성도를 제품 판매로 연결시킨 경우다. 카카오톡은 출시 초기 수익모델에 대한 우려가 컸던 앱이다. 무료서비스인데다 광고까지 없었던 탓이다. 그런 카카오톡이 대화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더니 최근에는 이모티콘 캐릭터를 활용한 문구와 인형, 식품으로 짭짤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같은 카카오톡의 행보는 통신 콘텐츠를 제품으로 확대시켜 수익모델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시킨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 기존 산업의 돌파구로 주목을 끌고 있다. 20세기까지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명확했다면 21세기에는 이를 융합한 사업이 기존 산업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제조업 회사가 서비스업을 접목시키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ICT 산업 발달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서비타이제이션이 나타난 배경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서비타이제이션의 배경으로 제조업의 위기론을 거론한다.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연평균 10.5% 성장해 왔으나 최근들어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것이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3일 제조업 혁신 3.0 전략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제조업 총자산 증가율과 매출 증가율은 전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국가들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은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지지대다. 한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12년 기준 31.1%로 독일(22.6%), 스웨덴(21.5%), 일본(21%), 캐나다(18.8%), 영국(17.9%), 네덜란드(15.7%), 미국(15.6%) 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경제성장 기여도가 높은 제조업의 성장 둔화는 국가경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제조업 위기론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미래형 제조업을 추진하면서 미래유망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비중을 높이고 스마트공장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독일 역시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더스트리 4.0’ 계획을 발표하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유망기술과 제조업을 결합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산업간 융합을 중점으로 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내 서비스업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 생산성이 여타 국가 대비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13일 LG경제연구원이 발행한 국내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제조업은 1인당 8600만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한데 반해 서비스업은 3800만원에 그쳤다. 서비스업 종사자 1인당 연간 부가가치를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인 시간당 생산성은 OECD 국가들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해 시너지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동통신사처럼 서비스업이 제조 영역에 눈독을 들이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스웨덴의 생활가전 제조업체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제조업을 서비스업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스웨덴 가정에 세탁기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대여서비스를 구축했다. 소비자들은 사용 횟수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고, 1000회를 쓰고 나면 세탁기를 교체하거나 개량하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이같은 기능판매형 사업은 소비자들에게 편리성을 제공하고, 제품의 수명주기도 늘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영화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앞으로의 서비타이제이션은 이종산업과의 융합, 제조와 서비스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기업 지원 방식도 기술이나 제품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