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이나 임금이 올랐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반응이 있다.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데 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는 푸념이다. 지난 4일 한국은행에서 나온 실질 국민총소득(GNI) 인상 자료도 예외는 아니었다. GNI란 국민이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값인데, 올해 1분기 실질 GNI가 지난 분기보다 4.2% 증가해 5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인용한 기사에는 네티즌들의 성토대회가 이어졌다. “수치를 조작하지 말라”, “실질 국민소득이 아니라 재벌소득 값일 것”,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통계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물론 인터넷뉴스 덧글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긍정여론보다는 부정여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쉬이 넘길 일은 아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이 일부의 엄살만은 아니라는 자료가 나왔다. 고소득자의 소득증가율이 저소득층의 3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다. 동아일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연령·소득분위별 평균소득 현황’을 다룬 보도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10%인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2014년 기준 882만5493원으로, 2010년보다 20.1%가 늘었다. 반면 소득 최하위 10%의 평균 월급은 80만5213원으로 같은 기간 7%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비자물가지수가 9.6%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급은 마이너스 성장에 가깝다.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건 절대적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다. 뉴스에선 소득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떠들지만 정작 내 호주머니, 우리 집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소득불평등에서 비롯된 빈부격차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최근 황선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은 우울증과 이혼율 증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경제상황을 낙관할 것이 아니라 빈부격차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