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SNS의 대명사는 페이스북이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장 ‘잘 나가는’ SNS 서비스는 한국의 싸이월드였다. 페이스북이 막 설립된 2004년, 싸이월드는 이미 미니홈피로 대별되는 SNS 서비스로 이전 세대에 없던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출해냈다고 평가받을 정도였다. 2009년 즈음까지만 해도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에게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관리는 중요한 이미지메이킹의 수단이기도 했다. 현재 페이스북이 누리고 있는 지위를 싸이월드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름 글로벌 서비스로 발전하던 싸이월드가 어느새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영어권 국가의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 글로벌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등 외부요인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싸이월드의 ‘폐쇄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최근 유행하는 표현으로는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이 현재 핀테크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주면서 내놓은 각종 정책을 보면, 대개 한국이 핀테크 후진국임을 전제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ICT기업들이 앞다퉈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한국은 한발 늦었다는 것이다.

5일 모바일금융포럼 설립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제1회 모바일금융포럼에서 강신원 임시의장은 ‘모바일금융의 해외현황과 포럼의 역할’ 발제를 통해 해외 모바일금융과 핀테크 시장의 동향을 소개했다. 구글의 구글월렛이나 미국 통신사들이 공동 개발한 아이시스는 대표적인 예시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나 아마존의 아마존페이먼트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제공하는 지급결제서비스다.

<자료=제1차 모바일금융포럼 발표자료>

하지만 한국이 핀테크 후진국이라는 주장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한국의 핀테크 서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태동기 수준이라는 것은 언뜻 이해가지 않는 주장이다. 핸드폰 소액결제는 가장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다. 2001년부터 시작돼 벌써 15년 역사를 지닌 한국의 핸드폰 소액결제는, 지난해 거래규모가 4조원까지 늘어났다.

KT에서 2002년 개발한 K-merce는 지불, 쇼핑, 결제까지 모두 이동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SK 역시 네트워크형전자화폐(Nemo)와 모바일 신용카드 등의 개발을 추진했었다. 이 모두 전형적인 핀테크 서비스다. 한국의 핀테크는 금융회사의 방어적 서비스 수준이며, 해외는 ICT기업이 핀테크를 주도하고 있다는 일각의 설명과 상반된다.

그러나 이처럼 앞서 시도된 핀테크 서비스 중 대부분이 현재는 이용되지 않고 있다. 단지 앞서서 시도만 한 것일 뿐, 시장을 키워나가기는커녕 살아남지도 못한 것이다.

SK텔레콤의 허일규 솔루션사업본부장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폐쇄적 사업환경”이라고 요약했다. 금융과 통신을 융합하는 사업이 피쳐폰 시절 국내에서는 통신사 위주로 돌아갔는데, 이것이 스마트폰 시대 해외의 핀테크 산업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과 외국의 핀테크 추진현황 차이.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외국(위)에 비해 한국은 통신사가 대부분의 분야를 직접 추진해왔다. <자료=제1차모바일금융포럼 발표자료>

실제로 현재는 지급결제와 대출, 그리고 금융상품의 영역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거 통신사가 직접 카드사, 은행, 심지어 정부를 상대로 협력을 이끌어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허 본부장은 결국 “시장내 이해당사자간 상호신뢰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시장내 이해관계자간 상호협력과 신뢰·개방이 성공을 위한 핵심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허 본부장은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Active X가 ‘exe’로 바뀌는 형식적인 규제완화가 아닌, 실질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금융업계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기존 사업영역의 방어가 아닌, 핀테크를 활용한 전체 시장의 확대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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