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첫 화면에 오른 게시글<출처=삼성투모로우>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삼성전자 반도체 홍보팀 고위 직원이 “영화의 내용과 홍보방식은 진실을 왜곡한 것이며, 삼성전자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괴물’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samsungtomorrow.com)’ 첫 화면에 올렸다. 이 게시글은 24일 오전까지 블로그 메인 게시글로 올라 있어, 이것이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반응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려진대로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 사건을 다룬 영화다. ‘세계적 대기업’에 입사했다 4년만에 사망한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아버지의 노력과 ‘세상’이라는 거대한 벽의 싸움이 요체다.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개봉 과정에서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고, 실제로 관객 평점, 예매율, 좌석 점유율 등 통상적인 영화 배급용 수치와 상영관 수에 간극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유명인들이 ‘단체관람’을 통해 영화를 알리는가 하면, 영화를 둘러싼 현상을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즈 등 유수의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삼성 투모로우 첫 화면에는 김선범 디에스(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의 이름으로 ‘영화가 만들어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 있다. 영화가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포장했으며, (영화 배급과 관련해) 근거 없는 외압설이 퍼졌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커뮤니케이션(홍보) 부서의 부장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그는 게시물에서 “영화라고 넘기기엔” 오해가 너무 크다며, “제 일터의 안전에 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80년대에나 있었던 단체관람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며,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최소한 영화가 그려낸 그런 ‘괴물’은 절대로 아니고, 회사에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마무리 했다.

이 게시물에는 24일 오전 300개에 가까운 덧글이 올라 있다.

“삼성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는 시각도 있고, “이런 식으로 덮으려는 삼성의 미래는 정말 어두운 것 같다”, “ 회사 명의로 밝힐 것이지, 왜 소시민 직장인의 애환과 같은 관점으로 포장해 유야무야 하는지” 등 비판적인 논조가 대부분이었다.

한편 작성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직원이라는 점과 삼성전자의 공식 블로그 첫 화면에 하루 가까이 올라 있다는 점에서, 이 게시물이 삼성전자의 공식적 입장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언론은 삼성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를 인용해 “공식반응도 개인적 의견도 아닌, 삼성의 첫 반응”으로 봐도 될 것 같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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