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외국인 투자자의 반대라는 뜻밖의 암초에 걸렸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일가를 앞질러, 향후 이들이 기업 경영을 좌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1.82%로, 이건희 회장 일가족과 계열사 등 총수 우호지분(29.57%)을 훌쩍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도 마찬가지였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했으나 삼성물산의 지분을 가진 미국계 투자회사 엘리엇어소시에이츠가 반대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33.08%로 총수와 계열사 등 우호지분(19.63%)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호텔신라도 계열사 등 우호지분은 18.53%에 이르는데 반해 외국인 보유지분은 39.09%로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에 소속된 상장사 96곳 중 외국인 지분이 총수 및 우호지분을 상회한 계열사는 16곳이었다. 삼성그룹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그룹도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 3곳의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우호지분보다 높았다.

재벌닷컴은 “외국인 지분이 총수 및 우호지분율을 상회하는 계열사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를 맡고 있거나 사업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향후 재벌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외국인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