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 오르고 납품단가 내리고’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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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원가 오르고 납품단가 내리고’ 이중고 거래단절 우려로 중기 속앓이…단가후려치기 처벌 등 대책 시급

기사입력2015-06-08 12: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3년 기준 납품단가 변동현황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최근 2년사이 제조원가는 인상됐지만 납품단가는 오히려 줄어들어 중소제조업체들이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납품단가는 1.4%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의 납품단가를 100이라고 했을 때 2014년 납품단가는 99.2, 올해 5월 현재 납품단가는 98.6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협력단계별로 보면 3차 이상의 납품단가가 올해 들어 97.5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1차는 97.9, 2차는 99.6이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에서 납품단가가 96.0으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이어서 화학(96.4), 조선(97.6) 업종의 납품단가가 많이 하락했다.

반면 제조원가는 2013년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5월 현재 106.2로 6.2%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가장 많이 인상된 원가는 노무비였으며, 재료비의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무비는 2014년 105.5, 올해 5월 107.4로 2년만에 7.4% 상승했다. 각종 비용을 합친 경비도 지난해 104.8, 올해 106.5로 6.5% 늘어났다. 반면 재료비는 올해 103.6으로 2013년보다는 3.6% 늘어났으나, 지난해 104.0보다는 줄어들었다.

2013년 기준 제조원가 변동현황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그 결과 현재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61.7%에 달했다. 적정단가가 되기 위한 납품단가 인상률은 평균 17.2%로 조사됐다. 1차 협력업체의 평균이 14.4%인 반면 2차는 17.1%, 3차는 20.2%로 하위단계로 갈수록 높은 단가인상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중소제조업의 대처 방안은 ‘경비 감축’이 45.7%로 가장 많았고, ‘재료비 절감’(44.3%), ‘제품가격 인상’(34.3%), ‘노무비 감축’(15.0%), ‘신규투자 축소’(7.7%), ‘일시적 생산중단’(2.3%) 순이었다. 이밖에 ‘이익률 감소’, ‘생산량 감소’, ‘원자재 취급 안하고 원사업자가 대주어서 제품만 만든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제조원가 인상에 따라 원사업자에 단가 인상을 요구해본 기업은 전체의 51.7%에 그쳤다. 납품단가 인상요청을 원사업자가 전부 받아들인 비율도 9.1%에 불과했다. 63.0%의 기업은 원사업자가 인상요구의 일부만을 받아들였다고 응답했는데, 수용비율은 41.1% 수준이었다. 100원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평균 41원을 올려줬다는 의미다. 16.9%의 기업들은 원사업자와의 조정에 실패했고, 11.0%의 기업들은 원사업자가 협의에 나서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납품단가 인상요청 경험이 없는 146개 업체가 인상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원사업자와의 거래단절 우려’가 26.0%로 가장 높았다. 거래단절에 대한 우려는 1차 협력업체가 17.0%인 반면 2차는 27.0%, 3차는 32.4%로 하위단계로 갈수록 더 커졌다.

원사업자와 거래상 바라는 점으로는 ‘일정기간 일감(납품물량)보장’이라는 응답이 37.0%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납품단가 제값받기’(31.3%), ‘납품대금의 신속한 현금 결제’(19.0%) 등의 순이었다.

납품단가 제값받기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는 ‘주기적인 납품단가 반영실태 조사’(25.3%),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처벌 강화’(25.0%),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21.7%), ‘원자재 공동구매 지원 등 확대’(15.3%), ‘원자재가격 모니터링 전담센터 설치’(9.0%)의 순이었다.

특히 3차 이상 협력업체들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처벌 강화’가 28.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중기중앙회 정욱조 성장지원실장은 “지난해 공정위가 대금 지급 실태를 집중 점검해 128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하는 등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납품단가 제값받기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