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노무사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그 내용이나 법리 측면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받을만한 판결은 아니다.

캐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지입차주인 레미콘 기사의 근로자성을 다툰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들을 노조법과 근기법 모두 적용되지 않는 개인사업자로 판단했다. 캐디의 경우에만 노조법과 근기법상 근로자성 여부를 달리 판단한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좀 특이하긴 하다.  

근로자이면 근로자인 것이지, 캐디를 노조법에서는 근로자로 보고 근기법에서는 개인사업자로 보겠다는 것의 현실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대법원은 ‘캐디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다’고 지난 2월13일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한 골프장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사진=KLPGA/뉴시스>

노조법은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들려고 할 때 노조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노조가 조직된 경우에는 파업 등 정당한 노조활동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불이익한 처분을 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처벌한다.  

헌법과 노조법에 따라 공장을 세울 수도 있는 노조에 대해 공공연히 말은 못하지만 많은 사용자에게 노조는 불편한 존재다. 이번 ○○클럽 캐디사건의 경우에도 소를 제기한 근로자에게 행한 징계처분이 정당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기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지입차주인 레미콘 기사들이 운송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적으로 운행을 중단한 경우 해당업체 사장은 기사들에 대해 계약해지 등 불이익한 처분을 해도 법적으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캐디와 같이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노조법에 명시된 권리,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레미콘 기사의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노조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레미콘 기사들의 집단적인 행동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주의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에 해당돼 과징금 부과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지입차주인 레미콘 기사들이 운송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적으로 운행을 중단한 경우 해당업체 사장은 기사들에 대해 계약해지 등 불이익한 처분을 해도 법적으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레미콘 기사의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노조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동맹휴업선포 결의대회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든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캐디에게 근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노조법상 근로자인 캐디에게 얼마만큼의 임금을 줘야 하나? 프로골퍼 이상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캐디인 경우에도 1개월 보수로 1000원을 줘도 또는 안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캐디는 보수를 더 많이 주는 다른 골프장으로 가겠지만, 어쨌든 둘이서 알아서 하는, 대등한 사인간의 계약으로 민법의 영역이다.

그런데 민법에 대해 특별법인 노동법의 영역으로 들어와 캐디가 근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캐디의 임금은 최저임금 이상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2조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란 근기법상 근로자임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마찬가지여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캐디가 근기법상 근로자라면 원칙적으로 1주일에 40시간만 일을 시키고, 당사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도 1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켜서는 안된다. 1주일에 약정된 40시간을 일한 경우 하루를 유급으로 쉬게 해줘야 하고, 사용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가라고도 할 수 없다.

임금, 근로시간, 휴일·휴가 등 캐디의 근로조건은 근기법이 정한 수준 이상이 돼야 하고, 그 이하인 경우 사용자는 처벌을 받는 것과 함께 근기법에서 정한 수준을 지급하거나 보장해야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판사에 따라 달라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규모는 노동계 추산 39개 직종 250만명, 정부 추산 115만명이다. 대법원이 캐디에 대해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는 가정 하에서, 약간 논리를 비약한다면 적게는 115만명 많게는 250만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기법상 근로조건 이상을 보장받게 된다.

이처럼 사회경제적 파장이 허리케인급인 사안에 대해 우리 대법원에게 순수하게 법률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판단해 달라는 것이 실현 가능한 요구인가는 의문이 든다.

법원이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긴 한데,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해석하고 이해하기가 좀 복잡하다. 그래서인지 판사들도 어떤 경우에는 근로자라고 하고, 유사한 경우인데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는 등 판사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판사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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