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양 사태는 금융회사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부당하게 발행된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제대로 된 설명없이 약 4만명의 투자자에게 팔았다. 이같은 불완전판매로 개인투자자들은 1인당 평균 3003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은 동양사태가 터진지 15개월만인 지난 1월 일부 업무에 대한 업무정지 1개월과 과태료 3억5000만원의 조치를 내렸다. 

 

영국은 앞서 2011년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 뭇매를 맞은 경험이 있다. 지급보장보험(PPI:Payment Protection Insurance), 이른바 PPI 스캔들이다. PPI는 계약자가 아프거나 실직했을 때 개인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영국의 바클레이스, HSBC 등 주요 은행들은 자사에서 대출을 받는 고객에게 이 상품을 끼워서 팔았다. 여기에는 PPI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자영업자나 실직자도 포함돼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영국 은행들은 거액의 과태료와 보상금을 물게 됐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HSBC는 PPI 불완전판매에 따른 고객 보상금으로 총 3억5700만달러(4000억원)를 책정하기도 했다. 

한차례 홍역을 앓은 영국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8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영국 금융감독청은 상품 중재(Product Intervention) 제도를 도입해 금융회사의 상품 내용에 개입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품 내용에 개입했으니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때 보상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 연구위원은 “이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경우 고객이 직접 불완전판매 여부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금융회사가 상품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팔면 불완전판매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불완전판매 대부분이 계약 당시 판매원의 설명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소비자가 녹음을 하지 않는 이상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완전판매로 보상을 받으려면 금융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자금이나 시간, 정보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소비자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로 실손보험 중복으로 가입한 이용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판매된 실손의료보험 중 중복 계약이 23만3000여건에 달했다. 실비보험은 여러 개를 가입하더라도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초과해 보상받을 수 없는데,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가입한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감원은 중복해서 가입한 가입자들에게 연락해 중복 사실을 고지하고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계약에 대해서는 이자까지 포함해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주기로 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3년째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당초 정부는 금융회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조사권까지 가진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할 계획이었다. 동양사태 등을 계기로 금융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법안은 2012년 정부와 2013년 국회에서 각각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 계류 상태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과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