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기가 별로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인 7%에 그쳤다. 중국의 1~4월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무려 17.3%나 감소했다고 10일자 무역협회 보고서는 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한 수입액도 7.7% 줄었다. 우리나라 중국 수출기업들의 수출실적에도 커다란 변화가 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고민거리가 하나 늘었다. 수출액 감소도 심각하지만, 수출대금 회수에 있어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협 보고서는 최근 대중국 수출에 있어서 대금결제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명시적으로 당부했다. 중국 청두의 중국 기업이 저지른 무역금융 사기가 발단이 됐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한 금속제품에 대한 물류회사 보관증을 위조해 은행에서 160억 위안(2조8000억원)가량을 무역금융으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금을 뻥튀기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무역금융을 받은 자금으로 중국내 부동산과 내몽고 광산에 투자했지만 큰 손실을 입어 은행의 부실채권으로 연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계와 외국계를 막론하고 은행들이 신용장 개설 등 무역금융에 매우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담보여부에 관계없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바람에 안정적인 무역금융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장(L/C) 방식은 신용장 개설은행이 수입자를 대신해 대금지급을 확약하는 방식으로,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그런데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중국 수출 결제분 중 신용장을 통한 결제의 비율은 9.9%로 2010년 1분기(15.9%)에 견주면 무려 6%p나 급감했다. 수출업체에게 특히 유리한 일람불 신용장 방식 결제 비율은 같은 기간 9.8%에서 4.6%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대금회수 위험이 높은 외상 및 전신환(T/T) 등 송금방식에 의한 수출비중은 51.4%에서 59.4%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무역금융 여건 악화는 중국 수출에 있어 대금 회수의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진다. 기존에 거래를 해왔던 수입업체라면 위험이 그나마 적겠지만, 수출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나 대규모 수출을 진행하는 기업에게는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장 수출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수입업체의 입맛에 맞는 결제방식에 맞출 수 없는 이유다. 안전한 신용장 방식의 거래가 힘들다면 KOTRA 등 무역유관기관들이 실시하는 해외바이어에 대한 신용조사 지원사업을 활용해서라도 신용조사를 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수출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리스크 헤징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래저래 수출업체들에겐 고통의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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