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발효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FTA 논의가 시작된 2010년 이래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상표출원이 크게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상표출원은 2010년 1246건에서 2014년에 2622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한국에 직접 출원한 경우가 574건에서 1828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이용한 국내 출원이 672건에서 794건으로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상표출원 추이

단위: 건수 <자료=특허청>

중국의 한국에 대한 상표출원 방식은 한국에 직접 출원하는 방식과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이용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인들은 한국에 직접 출원하는 방식보다 마드리드 국제출원 방식을 선호했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특허청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인의 마드리드 국제출원 방식을 통한 국내 상표출원 건수는 3470건으로 직접출원(2140건)보다 약 62.1% 많았다. 마드리드 국제출원은 하나의 국제출원서 제출로 마드리드 의정서에 가입한 여러 국가에 동시에 상표를 출원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2003년 4월에 가입했다.

최근 들어 직접 출원방식이 급증한 데는 2010년 이후 한·중 FTA 정부 간 협상진행이 가시화되면서 한·중 간 교역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 김정례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2010년 이전까진 중국인들의 상표출원이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에 마드리드 국제출원이 선호됐지만, 2010년 이후부턴 중국의 대한국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만을 상대로 상표출원을 해도 경쟁력이 생기게 됐다”며 “때문에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할 필요 없이 한국에 직접 출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출원한 상품을 살펴보면 전자기기 및 게임저작물(소프트웨어류)(1894건)이 가장 많았고, 의류, 신발 등 패션분야(1663건), 화장품류(874건), 도소매업(851건)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중 FTA를 통해 게임저작물(소프트웨어류)의 권리보호가 강화되고, 한국드라마, K-POP, E-스포츠 등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이 패션, 미용, 게임의 메카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라고 특허청은 분석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외국의 한국에 대한 상표출원을 보면, 미국이 3만1823건으로 전체 외국출원의 27.3%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17.2%), 중국(9.3%), 독일(7.6%), 프랑스(5.5%)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주요 5개국 상표출원 추이

단위: 건수 <자료=특허청>

이중 눈에 띄는 점은 일본의 상표출원은 2012년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 4월말에는 중국이 1126건을 출원해 처음으로 일본(1015건)을 제쳤다. 

  
특허청 최규완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의 상표출원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중국에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은 중국에서 사용하게 될 브랜드를 먼저 국내에 상표출원한 후, 이를 기초출원으로 해 6개월 이내에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하면 국내출원일을 중국에 출원한 날로 소급 인정해 주므로 중국 내에서 자신의 상표를 선점하는 데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