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 놓은 지 한 달 만에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5일 기준 SKT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는 116만명, KT의 LTE 데이터 선택 요금제 가입자는 61만2000명,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중심 LTE 요금제 가입자는 4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가입자 증가속도는 시장 예측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연내 가입자 수는 200만명 가량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처럼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음성통화(유·무선·인터넷전화 포함, 1588 등 전국 대표번호는 제외)와 문자는 기본적으로 제공하면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통 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모두 2만9900원부터 시작한다. 이 요금제에서 3사의 데이터 제공량은 모두 300MB로 동일하다. 이후 각 통신사 별로 5000∼1만원 간격으로 요금이 올라가는데, 이에 비례해 데이터 제공량도 늘어난다.  

이동통신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 비교

*부가세 별도 <자료=각 통신사>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요금제로 음성통화 위주 이용자 약 300만명의 통신비가 절감돼 연간 최대 7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5만원 이상의 이통 3사 음성 무제한 요금 가입자들이 모두 2만원대의 데이터 요금제로 옮겨간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 계산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효과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3G와 4G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은 음성이 아닌 데이터를 위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부가 공개한 4월 이동전화 단말기별 트래픽 현황을 살펴보면, 3G와 4G 가입자의 1인당 평균 트래픽은 2231.5MB로 집계됐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한 달 평균 데이터 소모량이 2.2GB 수준이란 뜻이다.

때문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일종의 눈속임이란 비판을 받는다. 특히 이통사들이 일제히 선전하는 2만9900원짜리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이 300MB 밖에 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통신공공성포럼의 이해관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보통 300MB는 10분짜리 동영상 한 편을 감상하면 모두 소진되는 양인데, 이통사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란 이름을 걸어놓고 이를 기본 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며 “업체들의 광고만 믿고 이 요금제로 바꿨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비슷한 금액대의 기존 요금제보다 적다는 데 있다. 이미 남아도는 경우가 많은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료로 제공해 생색을 내고, 정작 사용량이 늘고 있는 데이터 제공량은 오히려 줄였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SKT 밴드 데이터 36(월 요금 3만6000원)은 데이터 제공량이 1.2GB인데, 2년 약정시 실 부담금이 월 3만1500원인 LTE42의 데이터 제공량은 1.6GB이다. 기존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보다 30%가량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KT 역시 마찬가지다. LTE 데이터 선택 349는 데이터 제공량이 1GB인데 반해 비슷한 금액대의 기존 요금제인 모두다 순올레34는 1.5GB이다. 구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50% 많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 역시 New 음성무한 데이터 35.9는 1.3GB를 제공하는 반면 비슷한 금액의 LTE42는 1.5GB를 서비스하고 있다. 역시 구요금제가 15%가량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기존 요금제보다 실질적으로 비싼 값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유는 약정계약에 따른 요금할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정액요금제로 부르는 일반 스마트폰 요금제는 2년 약정계약을 하면 월 기본료를 깎아준다. 앞서 설명한 SKT LTE42(월 요금 4만2000원)의 실제 납부금액이 3만1500원인 것도 2년간 사용하기로 하면 1만500원을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반면 월 3만6000원짜리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약정할인이 없어 실납부금액 역시 3만6000원이다.

이에 대해 SKT 홍보실 김동훈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는 그동안은 약정을 해야만 줬던 다양한 혜택이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약정할인이 없다고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약정할인 때문에 직관적인 비교가 어려웠던 기존 요금제를 개선해 통신비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고 항변했다.

휴대전화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 추이

단위: MB <자료=미래창조과학부>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 요금제가 사용자보다 통신사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LTE 가입자당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012년 1월 1.5GB에서 올해 3월 3.4GB로 126% 급증했다”며 “음성통화가 줄고 고사양 게임, 음원 스트리밍 등의 데이터 이용이 늘어나는 사용자들의 패턴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통신사의 평균 매출액을 늘리는 데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 역시 “피쳐폰 제조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앞으로 생산되는 휴대전화는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때문에 앞으로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음성통화는 부가서비스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결국 업체들이 변화하는 수익모델을 반영해 개발한 새로운 서비스일 뿐 소비자들의 통신비를 줄여주기 위한 방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통사들은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SKT는 지난달 29일 매달 5000원을 내면 출퇴근 시간대(6시간)에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band 타임프리를 선보였다. KT도 이달 1일 월 7000원으로 하루 중 가입자가 지정한 특정 3시간 동안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마이 타임 플랜을 출시했다. KT는 요금제 이름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데이터 선택 요금제로 슬그머니 바꿨다. LG유플러스 역시 비슷한 부가상품을 조만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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