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월 정기국회에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직접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가며 동의를 구하고 있다. 지난 4월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 현장을 방문한 임 위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연내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 조달과 채권 추심, 채무조정을 모두 담당하는 기관이다.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과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위원회가 담당하는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 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논의가 진행됐다. 

금융당국은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을 출시해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에게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미소금융은 미소금융재단이, 햇살론은 저축은행이, 새희망홀씨는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등 제각각이라 수요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을 한 곳에서 대출해주고 고용과 복지와도 연계시키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구상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의 자본금은 1조원이며 금융기관과 미소금융중앙재단,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서민금융 상담, 대출 및 사후관리, 고용·복지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서민금융진흥원 통합지원센터 30곳을 열 계획이다. 지자체와 협업해 서민금융 상담을 지원하는 센터도 현행 30개에서 12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에서 가장 큰 쟁점은 왜 굳이 다른 성격을 가진 기관들을 통합하느냐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서민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기관이고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를 탕감해주는 조정기관이라 둘의 역할이 상충한다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서민금융 활성화 관련 토론회를 열고 이해상충하는 기관들을 한꺼번에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서 4월 임시국회 법안심사소위 때도 “서민금융진흥원은 여러 가지를 억지로 끼워 맞춰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 것 같다. 생색내기용으로는 적절할지 모르나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달라질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진정구 수석전문위원도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채권자가 빚을 탕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진 위원은 검토보고서에 “진흥원 업무에는 자금대출과 부실채권 매입 업무가 포함돼 있는데, 이럴 경우 채권자의 지위에서 채무조정에 임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대출업무와 채무조정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외국의 사례는 없다”고 적었다.

기존 서민금융제도의 부실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햇살론, 바꿔드림론의 부실상황에 대한 평가와 책임추궁 없이 제도를 통합해 부실의 실상을 은폐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바꿔드림론의 대위변제율은 2014년 2월 기준 17.6%, 햇살론은 9.7%였다. 2010년과 비교하면 12.5%p, 9.67%p씩 뛰었다.

금융위는 연체율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한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연체율은 점차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민금융상품을 설계할 당시 20%를 목표치로 삼았고, 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이 금융관료들의 일자리 만들기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논평을 통해 “서민금융진흥원은 중앙정부가 자금 지원, 채권 회수, 채무 재조정을 모두 맡겠다는 발상”이라며 “진흥원이 금융감독기구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늘려주기는 하겠지만 진짜 서민금융을 위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