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국제기금을 활용한 에너지신산업 해외진출 방안 세미나 모습.   ©중기이코노미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UN) 산하의 국제기구다. 2013년 12월 인천 송도에서 출범한 이 기구는 선진국들로부터 기금을 마련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동안 한국은 G20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 국제기구의 기금을 조성하는 데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베를린에서 열린 GCF 공여회의에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1개 국가는 2018년까지 총 94억달러의 자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GCF는 기존의 환경기금인 지구환경기금(GEF), 적응기금(AF), 기후투자기금(CIF) 등과 마찬가지로 이행기구를 통해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것 외에 개도국에 재원을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GCF가 시행하는 프로젝트 발주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GEF,  AF, CIF 등은 수원국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금을 운용할 이행기구를 선정해 이들에게 지원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지원사업의 낙찰자를 선정할 땐 비슷한 사업에 참여한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관련 시장 진출이 늦은 우리 기업들은 국제기구 발주 프로젝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없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연간 453억달러에 달하는 국제기구 발주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액은 7000억원 정도로,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GCF는 사업 수혜국가들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이들의 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개도국 정부 부처가 직접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국제기구의 개도국 지원사업을 수주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겐 좋은 기회다. 이행기구의 까다로운 지원조건을 맞출 필요 없이 수혜국가에 직접 사업을 제안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열린 국제기금을 활용한 에너지신산업 해외진출 방안 세미나에서 이옥수 삼정KPMG 기후변화전략팀장은 “GCF는 내년 본격적인 국제협력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해 70개국 정부에 사업시행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들 국가를 상대로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와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한국 기업들도 국제기구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형건 GCF 사무국 스페셜리스트는 “올해 시범사업은 기후변화 취약지역으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피지, 온두라스 등의 태평양 및 인도양 주변의 군소도서국가들, 세계 최빈곤 국가들을 위주로 시행될 예정”이라며 “국가별로 100만달러 이상씩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업이 GCF의 사업 분야가 될 것인지는 2013년 이사회에서 결정한 14가지 사업 모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시설을 구축하거나 저탄소·고효율 교통수단을 제작·보급하는 일 등이 있다. 기후변화 적응 사업에는 홍수나 태풍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 사람들을 돕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색기후기금 초기 운영분야

<자료=녹색기후기금>

이 팀장은 “14개의 사업분야 중에서 자사에게 유리한 핵심 진출분야를 선정, 개발도상국의 GCF 관련 부처에 접촉해 협업을 제안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시범사업 해당 국가는 GCF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외교부가 GCF 기금 이행기관으로 등록돼 있는 피지는 섬나라 특성상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도서지역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곳에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축을 제안한다면 무난하게 사업을 따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해 아프리카 등 최빈개도국의 경우, 대규모 사업보다 소수 부족, 마을 단위의 지원사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지열, 태양광, 소규모 정수 처리장 등 작은 규모의 사업을 적극 발굴해 선제안할 경우,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팀장은 “GCF 시범사업을 통해 이들 지역 국가와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 놓으면, 나중에 GCF의 본 사업 참여는 물론, 다른 국제기구의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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