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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의 고속도로 허용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고속도로 통행이 오히려 안전하며, 이같은 규제가 이륜차 산업을 무너트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륜차의 치사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을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김영호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이륜차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미국이륜차제조협회 자료에 따르면 이륜차의 치사율은 고속도로가 일반도로에 비해 5~6배 낮다”면서 “고속도로는 차선간 거리가 넓고, 직선 위주의 도로라 넓은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속도 제한도 있어 (이륜차가 달리기에) 일반도로보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1972년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시켰다. 이후 1988년에는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의 통행도 금지시켰다. 2011년 한 이륜차 운전자는 이같은 조치가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배기량에 따라 차이는 있다. 50cc 이상인 이륜차에 한해서만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15일 국내 이륜차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일본 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이륜차의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현재 국내에서 이륜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대림자동차와 KR모터스가 유일하다. 이륜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산 이륜차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93.3%였으나 2014년에는 51.9%까지 감소했다. 일본의 혼다, 독일의 BMW모토라드, 이탈리아의 두카티, 미국의 할리데이비슨 등이 서서히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륜차에 대한 수요 자체도 쪼그라들었다. 국산과 수입3사(혼다, 할리데이비슨, BMW)를 합한 이륜차 판매량은 2010년 8만4800대였던 것이 2011년 7만3900대, 2012년에는 6만7300대, 2013년에는 6만4800대까지 줄었다.

이륜차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신현만 한국골드윙클럽중앙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대형이륜차 판매량은 상승하고 있다. 한국 시장이 축소되는 동안 일본은 전세계에 바이크의 70%를 석권했다”며 “일본의 혼다, 독일의 BMW 등 선진국은 자동차회사가 이륜차를 함께 만들고 있다. 한국도 현대기아차 같은 세계적인 회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부규제로 인해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고속도로 허용 쉽지 않을 듯… “사륜차 중심 정책 개선해야" 목소리도

이같은 업계의 호소에도 이륜차의 고속도로 허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종천 경찰청 교통운영과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이륜차 사망자 수도 감소 추세에 있으나 교통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를 뜻하는 치사율은 여전히 이륜차가 높다”면서 “여기에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아 고속도로 통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박 과장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교통사고 치사율은 사륜차가 2%, 이륜차가 3.33%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륜차 시장 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피했다. 다만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작은 운송수단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승욱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 국장은 “최근들어 큰 차를 선호하지 않는 실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자동차공유 서비스인 카셰어링이 대두되는 등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산업부에서도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시대를 맞아 이부분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륜차 산업만을 볼 것이 아니라 도로를 점유하는 주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유럽 등 선진국을 보면 이륜차와 사륜차를 굳이 구분해서 보지 않는다. 자동차 등록, 정비, 보험 등 모든 과정이 사륜차와 동일하고 고속도로 통행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 연구원은 “한국은 사륜차 중심의 문화로 사륜차 운전자들이 도로 전체를 점령하고, 이륜차 등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편견이 많은 편이다. 한국도 이륜차 타는 사람들을 잘 교육해야 한다는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로를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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