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을 기준으로 SKT, KT,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 수가 200만명을 넘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수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요금제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무된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이 요금제를 선전하는 매체 광고를 대폭 늘리며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한 SKT다. 그런데 이 통신사의 광고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낯이 뜨거워진다. 마치 새 요금제가 자신들의 이익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만들어 낸,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친 요금제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SKT는 지난 1일부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형식의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에서 임금으로 변신한 차승원은 백성들을 위해 밤낮없이 연구한 끝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개발해 냈다고 외친다. 그의 모습 아래 ‘월 2만9900원에 유무선 무제한, 국내 최대 데이터를 자유자제로’ 같은 자막이 깔리며 ‘이상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SKT는 광고의 슬로건인 ‘이상하자’는 누구도 하지 않던 ‘이상(異常)’한 시도로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以上)’의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상(理想)’적인 통신회사가 되겠다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주 기자가 취재한 결과 이 회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생각만큼 저렴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대대적으로 광고 중인 월 2만9900원 요금제의 경우(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300MB) 부가세를 포함하면 실제 요금이 월 3만2890원까지 뛴다. 만약 한 달 통화량이 200분이하라면 약정할인시 실 부담금이 월 3만1500원인 LTE 42(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6GB)를 쓰는 게 더 저렴한 상황이다.

물론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무약정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거나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노인층 등에 매력적인 요금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한 달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3GB(음성통화량은 199분)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광고는 소구점만 지나치게 부풀린 감이 있다. SKT가 정말로 ‘이상(理想)’한 요금제를 만들었다고 광고하려면 지금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거나, 기본요금을 더 낮춰야 맞을 것이다. 그런 노력 없이 ‘세상을 바꾸는’ 같은 수식어를 가져다 쓰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은 어쩐지 이상(異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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