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10년 ‘다중대표소송’ 이번엔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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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만 10년 ‘다중대표소송’ 이번엔 법제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경영책임 묻는 대표소송제도

기사입력2015-06-1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11월 삼성SDS가 상장한 첫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평가차익은 270배에 달했다. 1999년 삼성SDS가 23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발행해 이재용 부회장 남매 등에 제3자 배정한 결과 확보한 지분이다.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은 2009년 삼성특검 재판에서 불법행위로 확정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 당일 270배의 평가차익을 기록했다. 이 지분은 BW 저가발행으로 확보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SDS가 불법행위를 했다고 삼성특검 재판에서 결론났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해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민사법적 제재수단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서 불법행위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인데, 문제는 상당수 회사들이 삼성SDS와 같이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소송을 청구할 외부주주가 없다는데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또 “이러한 소송제도가 있었다면 삼성SDS의 BW 헐값 발행 건에 대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형사법원에서 다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중대표소송이라고도 불리는 다중대표소송은 주주대표소송의 일종이다. 한국의 상법 403조는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회사가 전항의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1항의 주주는 즉시 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도 정하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에는 6개월전부터 계속해서 0.0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대표소송의 권리를 주고 있다.

그런데 자회사인 비상장사가 스스로 법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정을 할 경우, 모회사 주주는 기업가치 손실에 따른 손해를 보게 되지만 자회사 이사에게 대표소송을 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2003년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는 상법상 별개의 법인격이며, 대표소송의 제소 자격은 이사가 속한 당해회사의 주주로 한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었다.

이후 지난 10년간 다중대표소송을 법제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어왔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5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국회의원이 재차 다중대표소송 도입이 포함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우윤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사실상 2013년 법무부가 입법예고 했던 상법 개정안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법무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국정과제로 선정되자 그 이행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경제계의 반발로 인해 중단된 바 있다.

16일 우윤근 의원이 주최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안수현 교수는 “기업집단화 추세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내 자회사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이 쉽지 않고 모회사 주주의 감독과 견제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1879년 판례에서 다중대표소송을 최초로 인정했고, 일본은 2014년 회사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했다”며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의 경영성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므로 모회사 주주에게 그에 상응한 견제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주주대표소송의 손해배상금이 모회사에 귀속되고 원고에게는 소송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소를 남발할 유인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에서 그동안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은 연평균 4건 내외에 불과하고, 외국투기자본이 국내기업을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반대논리는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표소송은 회사가 피고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대표소송이 경영효율성과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의원 발의 상법개정안 내용

<자료=우윤근의원실>

경제개혁연대의 전영준 변호사와 채이배 회계사는 우윤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자회사 개념을 50% 초과하는 주식보유 회사로 한정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의 개념보다 엄격한 것이어서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수주주권 행사대상에 자회사를 포함하는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반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교수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최 교수는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법인격이 다르다. 법인격은 독립성이 인정되는데 다중대표소송은 법인격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고창현 변호사는 “자회사 이사의 임면 등 자회사에 대한 경영통제는 지배주주인 모회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는 모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자회사 이사의 교체나 감독소홀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청회에서는 다중대표소송 외에 우윤근 의원 발의안에 포함된 현행 대표소송제도의 개선,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의 단계적 의무화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우윤근 의원은 이날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 등을 토대로 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