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에도 금융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1100조원을 돌파한 가계대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은 제도권 대출조차 어려워 대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서민금융인 상호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류덕위 한밭대 교수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상호금융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정부가 대형은행에만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안 상호금융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됐다”면서 “이에 따라 가계대출시장의 금융양극화가 심화되고, 대부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가 NICE신용평가정보 등의 자료를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 하위등급의 대출금액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과 견줘 10%p 이상 감소했다. 2004년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상위등급(1~3등급)이 44.4%, 하위등급(6~10등급)이 29.4%였다. 그러나 2014년에는 상위등급은 57.2%까지 올랐고 하위등급은 18.2%까지 떨어졌다.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금액 격차가 15%p에서 39%p까지 벌어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수익성, 건전성 원칙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비중을 늘려나가면서 서민금융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났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서민금융 관련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가계대출이 선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사실상 6등급 이하에 대해서는 신용대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민계층이 제도권금융으로부터 배제되는 동안 대부업 시장은 덩치를 키웠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대부업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가 167만4000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255만5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총 대출금액은 5조9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뛰었다. 

이같은 금융양극화는 서민금융인 상호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건범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호금융은 저신용, 저소득 서민들이 정상적으로 금융을 이용하고 가계부채 부실화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정부가 상호금융에 대한 부실 우려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다 보니 상호금융이 그만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은 조합원이 출자와 의사결정을 하고 금융상품까지 이용하는 협동조합이다.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대표적이다. 이건범 교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상호금융의 점포 수는 1만66개로 은행 영업점(7401개)보다 많다. 농협이 4577개로 가장 많고 새마을금고(3228개), 신협(1669개), 수협(435개), 산림조합(157개) 순이다. 은행 영업점 중 읍·면 소재지는 9.2%에 불과하는 반면 수협은 36.4%가, 새마을금고는 19%가 읍·면 단위에 위치해 있다. 

올해 초 상호금융정책협의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상호금융 조합원은 3614만명에 이른다. 조합원과 준조합원을 모두 합한 숫자다. 농협이 1910만명으로 가장 많고 새마을금고 932만명, 신협이 572만명, 수협이 130만명, 산림이 70만명이다. 이 교수는 “금융소외지역에 지역민에 대한 금융편의를 제공한 결과”라면서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이 상호금융과 거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및 거래자 수에 견줘보면 상호금융의 자산규모나 대출실적은 작은 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상호금융기관의 총자산은 2014년 기준 약 470조원으로 시중은행 총 자산의 18.8% 규모다. 총 대출 금액은 288조원으로 은행의 23% 수준이다. 이 교수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상호금융의 마진이 낮아졌고, 상호금융의 대출 건전성 분류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범 교수는 “상호금융을 주식회사인 은행 중심 정책으로 접근할 경우 협동조합 고유의 장점이 발휘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협동조합금융의 특성을 반영한 감독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현재 상호금융정책협의회는 단순한 협의체로 관련 부처가 다양해 정책에 통일성이 떨어진다.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지정하거나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고 덧붙였다.

상호금융 예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농어민과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취지 아래 상호금융 예탁금(최대 3000만원)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예탁금 비과세 혜택의 일몰기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지난 3월에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예탁금에 대한 이자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2025년까지로 연장하자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교수는 “조세특례 축소는 상호금융의 조달비용 상승과 자금이탈로 이어져 영세 소상공인 및 서민층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호금융에 적용되는 조세특례는 궁극적으로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환원되므로 앞으로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핀테크 시대를 걸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덕위 교수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상호금융은 대면거래의 비중이 높아 앞으로 수익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면서 “상호금융도 점포를 첨단화하고 자산관리서비스, 수익증권판매, 모기지론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