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하던 한 업체에서 이달 초 긴급 상담요청이 들어왔다. 이달 말 있을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데 운전자금이 3억원 가량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 업체는 업력이 10년 정도됐으며 2011년 100억원, 2012년 110억원 그리고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대출규모는 은행에서 받은 40억원 정도다.

상담을 요청하기 전 이 법인 대표는 급한대로 주거래 은행을 찾아 추가 대출을 문의했다. 하지만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담보에 신용여신이 많이 포함돼 있어 ‘지금은 힘들고 2013년 결산이 정확히 끝나면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자금이 당장 2월에 필요한데 ‘나중에 보자’는 식의 거절때문에 이 대표는 주거래 은행에 대해 무척 화가 나 있었다. ‘그래도 주거래 은행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신현황을 분석해 보니 주거래 은행에서도 그동안 추가여신을 지속적으로 해 주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준 상태였다. 서비스 업체여서 동산담보도 진행이 어렵고 또 2월이라 보증서담보대출도 힘든 상황이라 이런 경우에는 기업의 신용대출로 긴급자금을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용대출 여부를 다른 은행에 문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담보는 주거래 은행에 제공하면서, 리스크가 있는 신용대출을 다른 곳에 요구한다면 좋아할 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회사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은행에서 회사의 등급을 부여할 때는 크게 재무등급과 비재무등급, 대표이사의 신용을 평가한다. 평가 등급에 따라 여신규모나 금리 등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재무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는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배율, 차입금의존도 등이다. 각 은행마다 정해진 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항목을 잘 관리한다면 충분히 대출이 가능하다.

기업입장에서 매출을 올려 이익을 내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재무관리를 통해 이자비용을 줄이고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융통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 재무담당자라면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하며, 기업의 비전과 시장상황을 보고 재무항목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규모가 작다보니 재무관리를 세무사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흔한데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상기한 이 업체는 다행히도 은행에서 제시하는 재무항목 기준에 맞아 신용으로 3억원을 지원받았고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기업자금지원센터 신성범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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