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탈락한 입사지원자들은 기업에게 채용서류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채용서류 반환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구직자들이 서류를 발급하는데 쓰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 줘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실시해야 하는 기업이 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채용서류 반환제도에 따라 기업은 구직자가 반환을 요구할 경우 14일 내에 채용서류(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학위·경력증명서, 연구실적물 등)를 돌려줘야 한다. 반환 청구기간은 채용 여부가 확정된 날로부터 14~180일까지며, 이 기간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해당 서류를 파기해야 한다. 우선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이다. 이어 2016년에는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300명 미만인 사업장, 2017년에는 상시근로자 30인 이상~100인 미만인 사업장에서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채용서류 반환제를 바라보는 기업과 구직자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사람인이 16일 구직자 713명을 대상으로 서류반환제도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9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75.2%가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서류반환을 청구한 구직자는 10.7%에 그쳤고, 69.6%가 반환 청구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구직자들이 이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의 절반(49.4%)이 ‘재지원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구직자들이 하고 있는 이런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사람인이 17일 기업 650개사를 대상으로 ‘채용서류 반환 요청 지원자 재지원시 평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63.2%가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채용서류 반환제에 대해 46.9%가 반대한다고 했다. 채용 업무가 늘어날 것 같아서 반대한다는 기업이 47.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실효성이 낮아서(35.7%), 기업의 자율권리 침해(27.2%), 비용 부담(13.1%)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반환의무를  채용공고, 홈페이지 등에 고시해야 하는 197개사의 79.2%는  이를 고시하지 않고 있었고, 36%는 채용공고에 제출된 서류를 일체 반환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자 위치에 있는 구직자들은 당연한 권리 앞에서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채용서류 반환제가 구직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려면, 정부는 기업의 제도 이행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하고 적발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특히 위반시 과태료 300만원을 내게 하는 현 제도는 상시 근로자가 300명이 넘는 규모의 기업들에게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구직자이기 이전에 기업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법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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