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中 일반 2%, FTA관세는 5.2%↑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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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中 일반 2%, FTA관세는 5.2%↑ 뭐지? 한중FTA…관세인하 자체 개방보다 못하고 비관세장벽 여전

기사입력2015-06-1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중FTA가 중국 스스로의 개방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속한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과 상반된 주장이다. 사진은 지난해 방한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정식 서명을 거쳐 5일 국회 비준동의안이 제출된 한중FTA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한중FTA 협상과정에서 결정된 세율이 중국이 스스로 인하한 관세율에 못 미치는데다, 중국 수출의 최대 관문이라는 비관세장벽은 거의 손대지 못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17일 정의당과 민변, 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개최한 ‘한중FTA 검증 종합토론회’에서 민변 국제통상위원인 노주희 변호사는 “한중 FTA는 중국의 자발적인 상품 관세 인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4월 주요 수입품의 관세를 6월1일부터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화장품, 각종 의류, 신발류, 기저귀 등 한국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이 관세인하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예를 들어 화장품 관세는 기존 5%에서 3%p 인하된 2%가 적용된다. 그러나 한중FTA에서는 화장품 관세에 대해 5년간 매년 0.26%p씩 인하한 뒤 이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FTA협정관세가 일반관세보다 3~4%p 높은 촌극이 벌어질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중국 수입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10.6%로, 국가순위는 4위에 해당한다.

한국이 수입품의 17.7%를 점유해 2위를 지키고 있는 기저귀 역시 관세가 7.5%에서 2%로 인하됐다. 그러나 한중FTA 협정관세는 7.5% 관세의 현행유지였다.

FTA 협정관세가 일반관세보다 못한 수준인 결과, 한중FTA의 조기발효 주장의 설득력도 상실했다고 노 변호사는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선점할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한중FTA 조기 발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2012년 5월 협상개시 선언 이후 2년6개월만인 2014년 11월 협상타결을 선언했고, 올 2월 가서명과 6월 정식서명까지 속전속결로 FTA협상을 진행해왔다.

한중FTA 협정관세와 6월1일 이후 적용되는 중국 일반관세 현황

<자료= ‘한중FTA 검증 종합토론회’ 자료집>

관세뿐만 아니라 개방 분야 역시 마찬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중국 스스로 개방하는 분야가 한중FTA 개방 약속 목록에서 빠진 것이다. 중국이 지난 4월부터 외국인에게 새롭게 개방한 외국인투자 장려업종이 한중FTA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노 변호사는 주장했다.

대중수출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는 비관세장벽에 대한 조치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은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에 대한 인증절차가 지방마다 다르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2중 승인절차가 존재한다. 또 국제표준인 한국의 ISO9001 품질체계인증을 받은 기업이 중국의 CCC 인증의 공장심사를 면제받지 못해 중복인증을 받기 위해 들이는 비용이 평균 3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노 변호사는 “한중 FTA에서는 지방정부가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무역기술장벽’으로 번역되며, 비관세장벽의 대표적인 예시다) 협정 의무를 준수함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합리적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는데 그쳤고, 비정부기관에 대해서는 아예 아무런 규정조차 두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뉴질랜드의 FTA, 중국과 페루의 FTA에서는 TBT 장(chapter)의 적용범위에 지방정부기관을 명시적으로 포함했다. 한미FTA에서도 중앙정부의 정의에 중앙정부의 위임을 받은 비정부기관을 포함했다.

그나마 협정에 포함된 내용도 상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전자제품 분야 국제공인시험성적서의 상호수용을 촉진하고, 시험·인증 애로완화를 위해 협력하자는 내용이나 시험·인증기관 설립을 지원하자는 내용은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내용일 뿐이다.

오히려 “TBT 장에 대해서는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지 않으므로, 중국이 TBT 장의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집행력이 없다”고 노 변호사는 밝혔다.

한중FTA는 통상 수출대기업에 유리하고 농민과 소상공인에게는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수출대기업 조차 한중FTA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3월 주얼리업계의 한중FTA 재협상 요구 기자회견 ©중기이코노미

이런 문제 외에도, 한중FTA에 실효성있는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통상 수출 대기업에 유리하고 소상공인에 불리하다는 통념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컴퓨터·휴대폰·반도체 등 대기업 주력 수출상품은 대부분 중국에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거나, 현행 관세가 0이어서 한중FTA의 수혜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한중FTA에서 제외됐고, 생산라인 다수가 해외로 이전돼 있다. 가전제품과 가공식품 등은 한국시장 개방을 앞두고 중국 기업과 한국 내수시장에서 경쟁할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농민과 소상공인은 물론 수출대기업에게도 현행 한중FTA는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노 변호사는 주장했다.

정의당 김제남 국회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중FTA의 국회 비준에 앞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ISD(투자자국가분쟁해결) 투명성 강화 ▲식품안전 강화 ▲농축수산업 및 소공인 보호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의 획기적 확대 ▲중국의 현행 개방수준 반영을 5대 재협상 의제로 제시했다. 향후 국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영향평가와 국내보완대책 등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