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드라마가 나올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원작이 일본 만화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꽃미남들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설정이 일본 인기 만화 ‘서양골동 양과자점’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드라마는 2006년 발표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인기드라마의 흥행을 성공시킨 원작 소설은 이선미 작가의 작품이다.

이선미 작가의 데뷔작은 2001년 발표한 소설 ‘경성애사’다. 마찬가지로 2007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원작이다. 두 차례 드라마화가 된 소설작가이니만큼, 이선미 작가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선미 작가의 경성애사 중 일부 문장이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과 유사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표절 논란이 일었다. 배경에 대한 묘사와 인물에 대한 묘사가 함께 지적됐고, 이선미 작가는 결국 2008년 1월 표절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출판사는 작가와 공동명의로 신문에 사과광고를 게재했고, 소설은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

표절논란에 대해 엄격한 검증과 합당한 대처가 이뤄진 사례다. 바람직한 일이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신경숙 작가처럼 권위를 인정받게 되면 표절에 대한 자정장치가 마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최근 느껴진다.

작가 신경숙의 표절 시비는 충격적이다. 더욱이 작가 자신이 해당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실망스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출판사인 창비의 대응 역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쓰고 김후란이 옮긴 ‘우국(憂國)’과, 신경숙의 ‘전설’은 동일한 상황을 동일한 문장순서로, 동일한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묘사한다. 그런데 창비의 보도자료는 “사실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이다. 또한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라는 창비 측의 입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하루 뒤인 18일 창비는 강일우 대표이사 명의로 발표한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해당 보도자료에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고 인정했다. 또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떤 후속조치가 이뤄질 지는 지금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문학계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 생각하고 단호한 대처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

이제 신경숙 작가가 답할 차례다. 이미 실망한 독자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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