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이영국 전략기획실장의 말이다. 지난 19일 이동통신시장 결합상품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 실장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유료방송 끼워팔기를 주류시장에 빗대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케이블방송은 공짜’라는 프레임을 씌워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바람에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결합상품이란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케이블방송, 휴대전화 서비스를 묶어서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2007년부터 이통사업자의 유료방송 결합판매가 허용되면서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사들은 한 가구에서 두 명 이상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인터넷은 공짜라며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마케팅 공세에 케이블TV방송사업자(SO)들은 시장 점유율을 35%p 이상 빼앗겼다. 2014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자료에 따르면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가구 기준)은 2007년만 해도 SO가 53.1%, 통신사업자가 46.9%였으나 2013년에는 통신사업자가 82.1%, SO는 17.9%로 역전됐다. 

이 실장은 이통사들을 향해 “맥주 2병을 사면 소주 1병이 공짜가 아니라, 맥주와 소주를 조금씩 할인해 주는 것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라”고 요구했다. 이통사들이 엄연히 유료인 케이블방송이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이동통신 3사의 결합상품 광고는 허위라며 각각 3억5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통시장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3년 말 기준 1129만명으로, 이중 48%인 542만명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가입자다. KT는 445만명, LG유플러스는 141만명이다. 2008년만 해도 KT가 108만명, SK텔레콤이 50만명으로 KT가 두 배 이상 많았으나 SK텔레콤이 이를 가뿐히 앞질렀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낮은 가격이 일시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줄지 모르나 추후 지배적 사업자가 독자적인 이익을 차지한다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SK텔레콤이 원가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출시해 공정경쟁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으므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쟁사들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간 뒤 SK텔레콤이 가격을 올린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은 “규제 강화라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도 만약 규제가 필요하다면 KT와 LG유플러스도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SK텔레콤이 망내 무제한 요금제를 처음 내놨을 때 두 경쟁사들은 ‘약탈적인 가격’이라고 비판하더니 그들도 곧장 출시해 가입자를 늘렸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경쟁사들은 고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해 왔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모두 대형사업자다. 만약 결합상품 관련 규제를 해야 한다면 다 같이 규제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통사 규제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만약 결합상품이 지금 소비자들에게 많은 편익을 주더라도 이것이 미래 세대의 자원을 앞당겨 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결합상품이 과도한 약정과 위약금으로 소비자들을 가두는 것도 문제”라면서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