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이 베일을 벗었다. 은산분리 규제는 50%까지 파격적으로 완화됐다. 다음카카오같은 ICT기업들이 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대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없도록 자산총액에 제한을 뒀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카카오은행’은 가능하지만 ‘삼성은행’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숱한 논쟁이 따라다녔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더해, 삼성 같은 대기업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면 특정 기업에 과도하게 경제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듯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 규제를 일부 풀면서도 대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진입은 제한했다.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고려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첫째 문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준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61개 대기업집단이 공정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기준을 10조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2008년에 5조원으로 정한 후 기업들이 덩치를 키워왔는데, 7년째 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재벌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도 이 안에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만약 전경련 제안대로 이 기준이 상향될 경우 자산총액이 5조원에서 10조원 사이인 기업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대기업의 우회진출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눈독을 들여온 롯데그룹은 직접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은 차단됐으나 아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롯데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BNK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을 운영하는 BNK금융지주는 내부 전담팀을 꾸리고 일본을 방문해 사례를 분석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 단위로 영업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기존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한 상태다. 핀테크를 앞세운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