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SK C&C와  SK㈜ 합병도 이같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SK C&C의 주가는 과대평가되고 SK㈜는 과소평가된 시점에서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20일 SK C&C와 SK㈜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비율은 SK C&C가 1, SK㈜가 0.7367839로,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을 결정다. 이들은 최근 1개월의 평균종가를 산술 평균해 두 회사의 기준시가를 정했다. 이렇게 정해진 기준시가는 SK C&C가 주당 23만5073원, SK㈜가 17만3193원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법은 최근 3년간의 주가 변동 현황을 봤을 때 SK㈜에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3년 전부터 1년 전까지의 주가를 보면 SK㈜가 SK C&C보다 지속적으로 높았으나 지난해 5월30일에 주가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합병결정 전까지 SK C&C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SK㈜의 주가는 하락 내지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합병결정일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4월19일 SK C&C의 주가는 14만4500원이었으나 1년 후에는 23만7500원으로 64.4% 상승했다. 반면 SK㈜의 주가는 1년 전 18만9500원에서 17만6000원으로 7.7% 하락했다.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이 SK C&C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SK C&C의 주가는 과대평가되고  SK㈜의 주가는 과소평가되는 상황을 방치했거나, 총수일가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포착해 합병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위법의 증거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사 주주간의 이익이 균형 있게 고려됐는지에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SK그룹은 SK C&C의 ICT 성장 잠재력과  SK㈜의 자원이 결합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합병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 일가가 행사할 수 있는 실질 의결권의 비율이 높아지게 됐다”면서 이번 합병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연대는  SK㈜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에 따라 합병 여부가 판가름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 주주 가치 훼손이 없는지 검토한 후 신중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연금은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K㈜와 SK C&C의 합병을 승인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2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