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현대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갑브랜드 ‘BiTi’는 자영업체들이 만들어낸 공동브랜드다. 지난 2013년 서울시 강동구에서 지갑을 만들어 팔던 자영업주들이 자영업 협업사업에 참가해 함께 브랜드를 만들고, 엠블렘과 홈페이지도 제작해 홍보한 결과다. 외국인 광고모델까지 어렵게 섭외해 홍보 효과를 높였고, 브랜드가 부착된 시제품도 제작했다. 올해 2월에는 한국지갑산업협동조합을 구성해 소상공인협동조합 지원을 받으며 브랜드를 키우는데 힘쓰고 있다.

등불인쇄사는 지난 2012년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자영업 협업사업에 추진주체업체로 참가했다. 참여업체로 참가한 다른 자영업체 2곳과 함께 서울 문래동에 공동사용 시설을 이용해 인쇄 후가공 시설을 설치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올랐고, 참여업체 2곳의 매출도 같은 기간 15%정도 올랐다. 공동시설을 이용하면서 납품이 빨라지고 품질이 향상된 효과다.

2011년 도입된 서울신용보증재단(이하 재단)의 ‘자영업 협업사업’에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쌓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고무된 재단은 서울시 소재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난 22일부터 자영업 협업사업 지원사업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시 소재 자영업체 3곳 이상(추진주체 1곳 + 참여업체 2곳 이상)이 협업체를 구성해 ▲공동 설비(1억원 이내) ▲공동브랜드 개발 및 활용(5000만원 이내) ▲공동운영시스템 구축(2000만원 이내) 등의 협업을 할 경우, 소요비용을 각각 90%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협업체가 총사업비의 1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지원규모는 총 3억원으로 10개 내외의 협업체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영업체의 공동브랜드 ‘BiTi’ <사진=쿠팡 캡쳐>   ©중기이코노미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23일 주최한 ‘2015년 협업사업 설명회’에서 서울신용보증재단 기업진흥실 김진희 협업담당자 겸 컨설턴트는 “공동시설로 중고 설비나 장비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신청금액에 대한 산출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감정평가원에서 신청금액을 인정해 줬다는 감정평가서나 거래한 곳이 전문 유통업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처럼 절차와 확인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브랜드 사업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시제품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시제품 제작만 신청할 수 없으며, 반드시 공동브랜드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공동브랜드 개발은 ▲브랜드 네이밍 ▲CI ▲BI ▲캐릭터 등을 대상으로 한다. 

<자료=서울시신용보증재단>   ©중기이코노미

김진희 컨설턴트는 “대부분 공동브랜드를 만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로고나 엠블렘도 제작한다. 이를 부착한 제품 샘플이나 포장케이스 등을 만들기도 한다”며 “공동브랜드 사업은 브랜드 홍보 비용까지 지원한다. 홈페이지 구축과 SNS광고 등을 지원하는데, 지난해까지 지원항목 중 하나였던 키워드 광고는 올해부터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공동 운영시스템은 홍보 및 광고 목적으로 홈페이지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쇼핑몰 구축비용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김진희 컨설턴트는 “공동 운영시스템의 개념이 헷갈릴 수 있지만 주로 공동으로 하는 구매, 판매, 경영관리, 고객시스템 등을 의미한다고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김진희 컨설턴트는 협업체에 대한 심사내용 가운데 중요한 항목으로 ▲수평적인 공동이익이 있는지 여부 ▲기존에 운영중인 업종과 강한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 ▲협업시설이 협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여부 등이라고 꼽았다.

그는 “수평적 공동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한 업체가 독점적으로 기계 또는 브랜드 등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의미”라며 “참가업체들이 공동으로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심사에서는 협업체 구성이 제대로 됐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업종과의 ‘강한 연관성’이란, 쉽게 말해 기존 업종과 다른 새로운 업종으로 창업하기 위한 협업은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기업이 생산과 관련된 협업체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협업사업은 신규 창업이 아닌 기존 사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서울시신용보증재단>   ©중기이코노미

공동설비의 경우 협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설치 장소 ▲설비의 종류(측정·검사·기본·고가장비) ▲업체간 위치 등에서 여건이 제대로 되는지 평가한다. 거리가 먼 업체들은 공동으로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근거리나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진희 컨설턴트는 “선정된 협업체는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협약을 맺게 되는데, 추진주체업체뿐 아니라 참여업체도 사업 수행에 대한 역할분담, 부담금 배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업사업 약정서’를 작성해 재단에 제출해야 한다”며 “매년 협업체들에게 약정서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성의 있게 작성하지는 않는 편이다. 협업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가도 이 부분에 좀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업사업에 참가하려는 자영업체는 오는 7월20일까지 서울신용보증재단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재단은 3~4주에 걸쳐 추진주체업체와 참가업체에 방문해 1차 현장실사를 실시한다. 1차 심사에서 평가점수 60점 이상을 받은 협업체들을 대상으로 2차 평가를 실시해 최종 10개 협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재단은 선정 후 3개월 단위로 협업체에 방문해 추가적인 지원사업을 제공하거나 사업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영세 자영업자, 마이웨이 아닌 ‘협업전략’ 필요
• 관련기사 ㅣ 40대 자영업자 年 2725만원 번다…직장인 절반